신종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자 수가 누적 300만명을 넘어서며 백신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3일 서울 용산구 예방접종센터 백신 전용 냉장고에 화이자 백신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미국 의학자 조너스 소크는 1955년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했다. 전 세계적으로 소아마비 환자가 한해 수십만명씩 생길 때여서 그는 큰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백신 특허권을 포기하고 백신 생산법을 공개했다. “이 백신 특허권은 누구에게 있느냐”고 묻자 그는 “특허권은 없다. 태양에도 특허권이 없지 않느냐”는 말을 남겼다. 덕분에 인류는 소아마비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백신 부족에 허덕이면서 백신 특허권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세계무역기구(WTO)는 다음 주 코로나 백신 특허권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지난해 코로나 백신을 개발할 때 백신 기술 공개에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최근 USTR에 백신 특허 유예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등 전직 국가 정상과 노벨상 수상자 등 석학 175명도 얼마 전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같은 의견을 담은 공동 서한을 보냈다. “전 세계 수백만명의 생명이 달린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 목소리도 상당하고 논리도 단단하다. 크게 세 가지 이유다. 먼저 백신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향후 백신 개발의 싹을 자르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논리다. 특허를 보장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제약사가 큰돈 들여 신약을 개발하려 하겠느냐는 것이다. 화이자·모더나 등 백신 개발회사들은 최근 USTR 등과 가진 비공개 회의에서 중국·러시아에 핵심 기술이 넘어갈 것이라는 점을 들어 특허 포기에 반대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 중엔 뜻밖에도 빌 게이츠도 있다. 그는 자선재단을 통해 코로나 백신 개발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그가 특허 유예에 반대하는 핵심 이유는 안전성이다. 특허를 푼다고 백신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저품질 백신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면 누가 책임지느냐는 것이다. 차라리 백신 개발회사들이 신속하게 대량 생산해 공급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주장이다.

▶국내 전문가들도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신기술을 적용해 생산에 고도의 기술과 공장, 인력이 필요하다”며 특허를 푼다고 곧바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는 기대는 금물이라고 했다. 이런 우려와 논리를 인정하더라도 지금은 인도주의적 측면에서라도 백신 공유라는 비상수단이 필요하다는 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와 제약업계가 이에 대한 대비는 어느 정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