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5월 이스라엘을 방문했다가 실전(實戰) 상황을 경험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이틀 동안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로켓탄 700여 발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은 요격 미사일 ‘아이언 돔(Iron Dome)’으로 인구 밀집 지역에 떨어질 확률이 높았던 로켓탄 173발을 요격해 공중에서 폭발시켰다.
▶아이언 돔은 2000년대 들어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 ‘하마스’의 로켓 공격 등으로부터 이스라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미·이스라엘 공동으로 개발됐다. 처음에 미국은 요격 거리가 너무 짧기 때문에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며 공동 개발에 부정적이었고 이스라엘 내에서조차 “로켓탄 요격보다 공격 원점 제거 타격이 더 효과적”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2004년 미사일 방어 체계 옹호론자인 대니얼 골드 준장이 이스라엘 국방안보연구개발국 책임자로 취임한 뒤 정치권 등에 대한 설득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어 개발에 착수했다.
▶엊그제 이스라엘 국방부가 팔레스타인 로켓들을 아이언 돔이 요격하는 장면을 SNS에 공개한 영상이 화제다. 20여초간의 짧은 영상에서 아이언 돔은 약 20발의 팔레스타인 로켓들을 불꽃놀이 폭죽을 터뜨리듯 잇따라 요격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90%의 명중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이언 돔은 많은 실전 경험을 통해 동시 요격 능력이 크게 향상됐고, 최대 사거리도 70㎞에서 100㎞ 이상으로 늘어났다. 처음엔 로켓·포탄만 막을 수 있었지만 이젠 탄도미사일 요격도 가능하게 진화했다.
▶지난 2010년 11월 연평도를 방사포(다연장로켓)로 포격했던 북한은 팔레스타인보다 크고 강력한 로켓들을 훨씬 많이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유사시 최대 340문에 달하는 170㎜ 자주포 및 240㎜ 방사포로 1시간에 최대 1만6000여발의 포탄(로켓탄)을 수도권에 퍼부을 수 있는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우리 군도 연평도 도발 직후 아이언 돔의 도입을 검토한 적이 있지만 한반도 상황에는 적절치 않다며 ‘한국형 아이언 돔’ 개발을 결정했다.
▶북한은 지난해 이후 600㎜ 초대형 방사포를 잇따라 시험 발사하는 등 방사포 전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형 아이언 돔 개발은 오히려 계속 지연돼 빨라야 2029년쯤에야 도입될 수 있다고 한다. 그때까지는 ‘설마’하며 살아야 한다. 우리는 이스라엘보다 얼마나 안전한 나라여서 이렇게 태만한가. 우리 군 수뇌부는 북한의 위협에 대해 어떤 절박감과 위기의식을 갖고 있나. ‘설마’는 반드시 대가를 요구한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