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사(MSD)가 임상시험 중인 먹는 코로나 치료제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 /AFP연합뉴스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 국내 발생 환자는 76만명이 넘었다. 지금 코로나의 5배다. 그런데 신종플루 환자가 그렇게 많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만큼 당시 사람들이 신종플루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타미플루라는 치료약이 있었다. 사람들은 치료약이 있으면 안심한다. 지금은 신종플루를 독감 종류의 하나로 취급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MSD(미국 머크사)는 알약 형태로 먹는 코로나 치료제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 공급 계약을 미국 정부와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국 보건 당국의 긴급 사용 승인을 받는 즉시 170만명분을 미국에 공급하는 조건으로 약 12억달러(1조3000억원)를 받는 계약이다. 미국 정부가 먹는 코로나 치료제를 선구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이미 항체 치료제 등 코로나 치료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코로나 치료제로는 처음으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리제네론의 항체 치료제도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의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가 식약처의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아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이 치료제들은 정맥에 투여하는 링거 주사제다. 치료 효과도 기대에 못 미친다.

▶머크사의 알약 치료제는 12시간 간격으로 하루 두 번, 5일간 먹는다. 그러면 몸속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먹는 약이니 병원에서 처방만 받으면 집에서 쉽게 복용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계약한 내용으로 추산해 보면 가격이 1회분에 약 8만원, 5일분에 80만원 정도다. 이미 백신을 내놓은 화이자도 얼마 전 먹는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해 올해 말까지 공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코로나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화이자 외에도 많은 국내외 제약사가 먹는 코로나 치료제, 먹는 백신, 스프레이로 코에 뿌리는 백신 등을 개발하고 있다.

▶에이즈는 아직도 백신이 없지만 치료제 효과가 좋아서 약만 잘 복용하면 증상 발현 없이 오래 살 수 있다. 한때는 천형과도 같던 무서운 불치병이 만성 질환의 하나처럼 된 것이다. 머크사는 진행 중인 임상 3상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경우 올 하반기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도 머크사와 선구매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먹는 치료 알약이 나오면 그것이 코로나와 벌이는 전쟁에서 승기를 잡는 진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백신과 알약 치료제로 코로나를 종식시키는 희망이 곧 현실로 다가오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