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를 상징하는 머라이언상 앞을 마스크를 쓴 남녀가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독감의 치사율은 0.1% 정도다. 1만명 걸리면 10명 정도 사망에 이르는 수치다. 독감이 유행하더라도 나라를 봉쇄하거나 거리 두기를 하지는 않는다. 독감과 공존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박멸하지 못하더라도 독감처럼 위중증 환자 비율과 사망률이 낮다면 굳이 지금과 같은 거리 두기를 유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전 세계가 델타 변이 확산으로 방역 고삐를 죄고 있는 가운데 싱가포르가 봉쇄 등 방역 조치를 포기하고 일상으로 복귀를 추진하는 로드맵을 내놓았다. 싱가포르는 얼마 전 보건부·통상부·재무부 등 3개 부서 장관 명의로 발표한 기고문에서 봉쇄와 감염자 추적, 확진자 수 집계를 중단하고 여행과 모임 제한을 풀겠다고 발표했다. 독감처럼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만 관리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공존을 모색해보겠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한때 모임 인원을 2명으로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시행했던 나라다.

일러스트=김도원

▶싱가포르가 이런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싱가포르는 전체 국민의 56%가 1차 접종을, 36%는 2차 접종까지 마쳤다. 건국기념일인 8월 9일까지 국민의 3분의 2에게 2차 접종까지 마친다는 것이 목표다. 인구 570만 명가량인 싱가포르의 지난달 하루 평균 코로나 확진 건수는 18건, 지금까지 누적 사망자는 36명에 불과하다.

▶영국도 하루 확진자가 2만명 안팎 나오고 있지만 예정대로 이달 19일 봉쇄를 해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델타 변이가 확산하며 확진자 수가 늘었지만 높은 백신 접종률로 사망률이 낮기 때문에 일상 회복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일주일 영국의 코로나 사망자는 하루 평균 17명 정도다. 확진자와 사망자 발생 사이에 3~4주 간격이 있긴 하지만 현재 사망률은 독감 수준인 0.1% 아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우리는 7월 19일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코로나 사망률은 지난해 2% 안팎을 보이다 현재 0.4% 수준까지 낮아졌다. 백신 접종이 늘면서 사망률이 현저히 낮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가을쯤 0.1%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가 독감처럼 되는 것이다. 어제부터 백신 1차 접종자는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아침에 일부러 공원에 들러 마스크를 벗고 숨을 들이켜 보았다. 우리도 매일 확진자 숫자 보는 스트레스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