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도원

UAE 아부다비에 2017년 ‘루브르 아부다비’가 개관했다. 프랑스와 루브르 분원을 짓기로 2007년 합의하면서 ‘미술관도 작품으로 만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빛의 건축가’로 유명한 장 누벨이 완성한 루브르 아부다비는 그 자체로 예술품이다. 커다란 방패 형태의 원형 돔에 뚫은 저마다 모양이 다른 구멍 7850개를 통해 들어온 빛이 시시각각 변화한다. 덕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 다비드, 반고흐 등 대여 작품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루브르 아부다비'/AP 연합뉴스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스페인 빌바오에 지은 빌바오 구겐하임도 예술성을 인정받는 미술관이다. 1980년대만 해도 쇠락하던 공업도시 빌바오가 해마다 100만명이 찾는 예술 도시로 거듭났다. 처음 설계를 공개했을 때는 비난이 폭주했다. ‘티타늄 소재를 활용한 갑옷 입은 건축’이란 이미지를 두고 “금박지를 구겨 놓은 것 같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유서 깊은 역사 도시 빌바오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비난도 더해졌다. 이런 여론에 굴복했다면 오늘날 빌바오는 없었을 것이다.

스페인의 빌바오가 쇠퇴한 공업도시에서 문화의 도시로 탈바꿈하는데 큰 기여를 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전경./빌리오 구게하임 미술관

▶파리에 에펠탑이 들어섰을 때 소설가 모파상은 에펠탑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파리에서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장소는 여기뿐이다”라고 극도의 혐오감을 드러냈다. 영국 출신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건축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도 비슷한 시련을 겪었다. 2015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꼭 가봐야 할 명소 52곳에 포함됐지만 처음엔 “주변과 조화가 안 되는 흉물” 취급을 당했다. 지금은 “초기 이미지대로 만들었다면 더 아름다웠을 것”이라며 아쉬워한다.

최첨단 공법으로 시공된 초대형 3차원 비정형 건축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개관식을 하루 앞둔 20일 밤 불을 환히 밝히고 있다./뉴시스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할 이건희미술관 후보지가 엊그제 서울 용산과 송현동으로 압축됐다. 유치 경쟁을 벌여온 지자체들이 반발하자 문화부 장관은 “지역 거점 미술관·박물관 순회 전시를 통해 지방의 문화 향유권을 챙기겠다”고 했다. 전시품을 온 국민이 향유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전시품을 담게 될 미술관을 어떻게 짓겠다는 말이 없어 아쉽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용산과 송현동 인근에 각각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있다. 두 곳 모두 예술적 독창성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변과의 조화’라는 요구에 눌려 외국 일류 미술관 같은 상상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DDP를 설계한 하디드는 “건축은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다. 이건희미술관은 이건희 컬렉션의 특징을 살리면서 건축물 그 자체도 세계인을 경탄케 하는 예술 명품으로 탄생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