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의 1차적인 목적은 감염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목표가 있다. 만에 하나 감염이 되더라도 위중증으로 악화되거나 사망에 이르는 것을 막는 것이다. 백신 접종이 이 같은 목표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NBC방송 인터뷰에서 “(6월의 코로나) 사망자를 보면 99.2%가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 미국에서 코로나로 숨진 사람의 거의 대부분이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파우치 소장은 “사망의 대부분은 피할 수 있고 예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슬프고 비극적”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 5월 확진자 중 60세 이상 3906명을 분석한 결과, 94.7%(3702명)은 백신 미접종자거나 1회 접종 후 14일이 지나기 전에 걸린 사례였다. 확진 후 28일 임상 경과를 추적 관찰한 결과, 미접종 확진자의 위중증률은 7.2%, 사망률은 1.8%였다. 반면 1회 접종 완료 후 확진자의 위중증률은 5.5%, 사망률은 0.5%, 2회 접종 완료 후 확진된 사람 중엔 위중증과 사망 사례가 없었다. 감염과 위중증에 취약한 고령층에서 나온 결과다.
▶우리나라 백신 접종 완료자 417만명 중 지금까지 감염된 사례는 252건이다.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사람들 중 위중증으로 간 사례는 2명(0.8%)에 불과하고 현재까지 사망자는 없다. 요즘 급증하는 델타 변이에는 어떨까. 지난달 영국 공중보건국 연구 결과를 보면 화이자 백신은 델타 변이 감염에 88%,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60%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AZ 백신도 2차 접종까지 마치면 델타 변이에 대한 중증 예방 효과가 92%에 달했다. WHO는 최근 “백신 접종 완료자라면 델타 변이에 걸리더라도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증상만 나타났다”고 했다.
▶이 같은 ‘백신의 힘’에도 미국은 백신 접종자가 늘지 않아 걱정이다. 최근 1주일간 하루 백신 접종자는 약 24만6000명으로 거의 200만명에 달했던 4월 정점 때에 비해 88% 줄었다고 한다. 미국에선 남아도는 백신이 우리는 없어서 못 맞는다. 55~59세를 대상으로 접종 예약을 받다가 물량 부족으로 반나절 만에 중단했다. 50~54세 접종도 1주일 연기하는 등 그나마 발표한 백신 수급도 불안불안하다. “백신 구입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한 사람들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