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코로나에 집단 감염된 청해부대 장병 전원을 후송하기 위해 공중급유기 2대를 급파했다. /뉴시스

작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동탄의 임대주택을 찾아 “아주 아기자기한 공간이 많다” “누구나 살고 싶은 임대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집값 폭등으로 대통령 지지율 40% 선이 처음 무너진 때였다. 공급 부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자, 좋은 임대주택이 잘 공급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방문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잠시 둘러본 임대 아파트를 그럴 듯하게 꾸미는 데만 4290만원이 들어갔다. 행사 MC 섭외와 영상 촬영 등에도 4억여원이 사용됐다.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집값은 계속 뛰었고 지금도 오르고 있다.

▶2017년 문 대통령은 방중(訪中) 첫날부터 ‘혼밥’을 했다. 둘째 날 시진핑 주석과 만찬 전까지 중국 인사들과 식사한다는 소식이 없어 ‘홀대’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자 청와대는 둘째 날 아침을 중국 서민 식당에서 먹는 일정으로 만들었다. 청와대 안보실장은 “대통령은 혼밥이 아니라 13억 중국 국민과 조찬을 하신 것”이라고 했다. 그런다고 10끼 중 8끼를 ‘혼밥’한 사실을 감출 순 없었다.

작전명 '오아시스'

▶무대연출가인 탁현민이 청와대 실세인 것은 이 정부가 보여주기 ‘쇼'를 유달리 좋아하기 때문이다. 군대까지 쇼를 한다. 2018년 국군기무사령관과 부대원 600여 명이 현충원에서 벌인 ‘세심(洗心) 의식’이 시작일 것이다. 개혁을 한다며 영하 15도 날씨에 청계산 물에 손을 씻고 흰 장갑을 꼈다. ‘차라리 다 벗고 얼음물에 뛰어들라’는 댓글이 달렸다. 국군 147구의 유해를 운구했다는 공중급유기에 화려한 레이저를 쏘는 이벤트도 있었다.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던 이들이 ‘서해 수호의 날'에 갑자기 탁현민식 쇼를 하기도 했다. 모두 정치적으로 필요할 때 국민 눈길을 돌리려는 목적이었다. 언제나 본질은 그대로였다.

▶코로나에 집단감염 된 청해부대 장병 전원이 어제 귀국했다. 군의 방역 실패로 배를 버리고 떠난 건 세계 해군사(史)에 유례가 없다. 백신을 보낼 수 없었다고 든 이유도 다 거짓말이라고 한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군은 배에서 퇴각하는 것도 ‘작전'이라고 ‘오아시스’라는 작전명을 붙이고 홍보까지 했다. “생명과 휴식의 의미”라고 했다. 쇼로 사람들 눈길을 돌려 잘못을 덮으려는 것이다. 정치에서 흔히 써먹는 수법인데 이제 군도 그 물이 든 건가.

▶사막에서 물이 떨어진 사람 눈에 보이는 오아시스는 신기루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힘들게 그쪽으로 걸어가 보지만 오아시스는 나타나지 않는다. 오아시스 신기루가 사라지면 고통스러운 현실이 드러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