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 임시 노천 화장장에서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 사망자들 시신을 화장하고 있다. 이날 인도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35만2991명으로 6일 연속 세계 최고 기록을 넘어선 가운데 노천 화장장은 끝없이 밀려드는 시신을 처리하느라 과부하에 걸린 상태다. /뉴델리=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여름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 당국이 이 도시 빈민가 주민 수천명을 대상으로 혈청검사를 해보니 약 57%가 신종 코로나에 대한 항체를 갖고 있었다. 57%가 코로나에 걸린 적이 있다는 의미다. 뭄바이 빈민가는 인구밀도가 높고 공중화장실 하나를 80명이 같이 쓸 정도로 위생 시설이 열악해 방역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이 빈민가를 휩쓸어 집단면역에 근접한 것으로 보았다. 실제로 당시 인도 전체의 코로나 확산세는 거셌지만 이 지역은 신규 감염 사례가 감소했다.

▶지난 4~5월 인도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40만명을 넘겼다. 환자는 폭증하는데 병상과 의료용 산소가 부족해 하루 3000∼4000명이 사망했다. 화장 시설까지 부족해 노천 임시 화장장에서 시신을 처리하는 모습은 정말 끔찍했다. 그런데 최근 인도의 확진자 수가 4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두어달 만에 10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인도의 백신 1회 접종률은 23.6%, 접종 완료율은 6.3%에 불과한데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수치다.

▶인도 보건부는 지난 6~7월 전국 코로나 항체 조사에서 “6세 이상 인구 67.6%가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통상 인구 70% 이상이 항체를 가졌을 때 ‘집단면역'에 도달한 것으로 보는데 이 기준에 근접한 것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대다수가 백신 접종이 아니라 코로나에 걸렸다가 회복해 항체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 인구는 13억8000만명이다. 인도 보건부 조사 결과가 맞는다면 8억명 이상의 인도인이 코로나에 걸린 적이 있는 셈이다.

▶집단면역에 근접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망했을까. 인도 정부는 현재까지 약 42만명이 코로나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것도 미국(약 61만명)에 이어 세계 둘째로 많은 숫자다. 그러나 실제로는 발표의 10배가 넘을 것이라는 추정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미국 연구소 글로벌개발센터는 최근 자체 분석 모델을 토대로 올 6월까지 인도에서 340만∼470만명이 코로나로 숨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과거 인류 역사에서 감염병이 발생하면 인도 사람들처럼 집단면역이 생길 때까지 살아남는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 스웨덴은 자연 집단면역을 추구하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자 실패를 자인하기도 했다. 지난달 우리 수도권 주민의 항체 보유율은 0.85%에 불과했다(지난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발표). 우리는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에 도달했다는 발표가 하루빨리 나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