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회식이 지금 같은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은 1920년 앤트워프 올림픽부터다. 그때 처음으로 올림픽 기를 게양하고 올림픽 선서를 했다. 올림픽 개회식은 주최국이 문화·예술, 과학·기술, 산업·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이룬 다양한 성과를 200여 참가국들과 공유하는 축제 무대다. 세계 평화와 번영을 염원하는 개회식을 함께 지켜보며 인류는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어 경이로움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개회식은 올림픽이 가장 먼저 주최국에 주는 금메달이라고도 불린다. 성공한 개회식은 개최국이 국제사회에서 나라의 브랜드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우리도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회식 때 ‘굴렁쇠 소년'을 보며 경제성장과 민주화에 모두 성공한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다. 일본은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전후 경제 회복을 세계에 공표했다. 일본은 그때를 ‘역사에 길이 남을 개회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 도시에서 처음으로 열린 올림픽이었고, 그 개회식을 2차 대전의 폐허에서 일어난 나라가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는 기점으로 삼았다. 일왕이 개회 선언을 했고,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날 태어난 육상 선수가 성화에 불을 붙였다. 지금도 일본은 “그때 개막식은 황홀한 순간으로 가득했다”는 추억을 갖고 있다.
▶일본이 57년 만에 도쿄에서 다시 올림픽을 열었다. 일본은 이번 올림픽을 장기 불황 그리고 동일본 대지진을 극복하는 계기로 만들려 했다가 코로나에 발목이 잡혔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주 말 개회식이 열렸다. 드론 1824대가 올림픽 주경기장의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드론이 만든 지구 모습은 올림픽으로 하나 되는 세계를 상징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도쿄 올림픽 개회식은 대체로 “침울하고 엉성했다”는 평가다. 심지어 ‘역대 최악’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무관중으로 치러진 현장을 보고 한 영국 언론인은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활기차고 흥미진진한 나라 중 하나인데 이 개회식이 그들이 만든 결과물이라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일본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나 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세계 경제를 주름잡던 일본이 문화적으로는 아직도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있다. 그러잖아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침울해진 현실을 잊고 싶어하는 세계인들에게 오히려 밝은 장면을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관중이 없으니 리허설에 불과했던 것이냐는 말이 아프게 들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