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도쿄 올림픽 개회식 생중계에서 참가국을 소개한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이 국제적인 논란을 일으켰다. 아프가니스탄 선수단이 입장하자 아편 원료인 양귀비 사진을 내보내며 이 나라가 세계 최대 마약 생산국임을 상기시켰다. 1인당 GDP 514달러로 최빈국이고, 코로나 백신 접종률도 0.6%에 불과하다고 적시했다. 나라 소개가 아니라 망신 주기다. 체르노빌 원전(우크라이나), 주민 폭동과 대통령 암살(아이티), 드라큘라(루마니아) 사진도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일러스트=김도원

▶ 외신들은 정색을 했다. CNN은 ‘공격적인 고정관념’ ‘여러 나라를 묘사하는 데 크게 실패’ 등의 표현으로 MBC를 성토했다. CNN 인터넷판에는 톱기사로까지 올랐다. 뉴욕타임스 도쿄 올림픽 코너에는 두 번째 기사로 MBC 개회식 중계 파동이 다뤄졌다. 한 호주 방송도 MBC가 “한국 시청자들에게서 나라 망신이란 비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 2018년 평창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이상화 선수가 은메달을 차지하자 한 MBC 간부가 소셜미디어에 “태극기를 들고 울먹이는 그녀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면서 “이상화 선수 고맙다. 덕분에 행복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상화 올림픽 3연패 무산' 따위의 기사 제목에 참 짜증 난다. 언론들이 아직도 국민 수준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 간부가 개회식 방송 보도에 대해 엊그제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다”고 사과한 MBC 사장이다. 그는 “철저하게 책임을 묻고 책임을 지겠다”며 재발 방지도 약속했다. 공영방송으로 당연한 일 처리였다.

▶MBC는 개회식 당일 부적절한 사진 사용을 한 차례 사과했다. 그런데 겨우 이틀 만에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25일 축구 예선전에서 우리와 맞붙은 루마니아 선수가 자책골을 넣었다. MBC는 중간 광고 때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며 선수 이름까지 자막으로 내보냈다. 중계를 지켜보면서 마음속으로 비슷한 생각을 한 국민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영방송 자막으로까지 내보낸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3연패 무산’ 정도의 제목도 수준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감수성이라면 더욱 그렇다.

▶ 물론 실수였을 것이다. 요즘 인터넷 공간에서 통하는 경박한 감각으로 시청률을 높여보겠다는 제작진의 판단 착오였을 것이다. 그러나 개회식에 대해 사과하고 이어진 올림픽 보도에서, 다른 국가를 자극하는 비슷한 실수가 벌어진 것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나온다. 공영방송의 내부 데스크 기능이 망가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