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을 비롯한 배구 여자 대표팀이 4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배구 8강전 터키와의 대결에서 공격을 성공 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 2021.08.04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우리는 말하고 또 말했다. 김연경은 10억명 중 하나 나올 선수(A ONE IN A BILLION STAR)다.” 국내에서 나온 찬사가 아니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4일 도쿄 올림픽 배구 여자 8강전에서 한국이 터키에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한 직후 공식 페이스북 등에 올린 글이다.

▶역시 ‘갓연경’이었다. 배구 여제 김연경(33)은 한국 여자 배구를 9년 만에 다시 올림픽 4강에 올려놓았다. 김연경은 이날 양 팀 최다인 28점을 올리며 역전승을 이끌었다. 특히 마지막 5세트 공격 11차례 중 7차례를 성공시켰다. 김연경을 잘 아는 터키 조반니 구이데티 감독이 김연경 앞에 높은 블로킹을 세웠지만 알고도 막을 수 없는 선수였다. 이정철 전 여자 배구 대표팀 감독은 “김연경은 공격수지만 디그(스파이크를 받아내는 것)와 블로킹도 좋은 선수라는 점에서 월드 클래스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터키와 벌인 경기에서도 디그를 수비 전문 선수보다 더 많은 16개 기록했다. 터키 구이데티 감독은 2014년 “김연경은 메시보다 훌륭한 선수”라고 했다. 정작 본인은 얼마 전 방송에서 “배구 여제도 좋고 메시라고도 많이 하는데 호날두가 좋다. 잘생겨서…”라고 했다.

배구 김연경 /만물상 일러스트

▶그러나 김연경은 무엇보다 ‘탁월한 리더’였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주전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 폭력 논란으로 대표팀에서 빠지는 등 내홍을 겪었다. 일본 스포츠 매체는 “자매 탓에 팀이 공중분해될 뻔했다”고 표현했다. 실제 그랬다.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지만 김연경이 있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한 것은 물론 팀이 붕괴 상황에 닥쳤을 때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위기를 넘게 만들었다.

▶TV 화면에 비친 김연경의 모습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눈빛이었다. 우리 선수들을 격려할 때는 ‘맏언니’ 눈빛이었고, 상대 진영을 노려볼 때는 맹수 같았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 같은 리더의 모습에 한국 선수들은 넘어졌다가도 다시 일어섰다. 경기 후 김연경은 목이 쉬어 목소리가 쩍쩍 갈라졌고, 다리의 핏줄도 터졌다. 이것이 리더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일본과 경기한 5세트에서 팀이 패배의 벼랑에 몰렸을 때 리더 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국 팀은 서브 리시브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정상적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럴 경우 팀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역경 속에서도 선수들은 리더를 중심으로 콘크리트처럼 뭉쳐 싸웠다. 기업, 사회, 나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