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화이자·모더나 백신에 비해 B급 백신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받았다. 좋은 백신인지 따질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효과와 안전성 그리고 지속성인데, AZ백신은 화이자 백신 등에 비해 예방 효과 수치가 낮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극히 일부지만 혈전 발생도 영향을 미쳤다. 한때 접종 기피 현상까지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AZ 백신 접종을 얼마 전까지 50세 이상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서 관계자가 접종에 사용될 백신 앰플을 들어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그런데 반전이 생겼다. 효과 지속성에서는 AZ가 화이자보다 나을 수 있다는 결과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백신은 접종 후 시간이 지날수록 항체가 줄면서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지난 5~8월 36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접종 한 달 후 감염 예방 효과가 화이자는 90%, AZ는 67%였는데 3개월 후엔 화이자 78%, AZ 61%였다. 둘 다 낮아졌지만 화이자 백신이 더 가파르게 하락한 것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4~5개월 후에는 두 백신의 예방 효과가 비슷하거나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화이자 백신이 효과 지속성에서 취약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번에 처음 나온 건 아니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화이자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가 지난 2월엔 94%였지만 6~7월에는 39~41%로 떨어졌다며 지난달부터 3차 접종에 들어갔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이 분석한 결과에서도 화이자 백신의 예방 효과는 지난 2월 89%에서 7월 42%로 떨어졌다. 특히 델타 변이 확산 이후 이런 추세가 뚜렷하다.

일러스트=김도원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백신을 맞고도 코로나에 걸린 ‘돌파 감염’은 2599건(18일 기준) 발생했다. 접종자 10만명당 화이자 18.4명, AZ 55.0명으로 화이자가 휠씬 적다. 그러나 최근 이 추세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한 코로나 전담 병원 의료진은 “최근 들어 돌파 감염으로 입원하는 환자 중 화이자 백신을 맞은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AZ 백신을 맞는 30·40대도 늘고 있다. 지난 17일 AZ 접종 연령을 50세 이상에서 30세 이상으로 낮춘 이후 하루 2만명대의 30·40대가 AZ 백신을 맞고 있다. 이들은 8주 후 화이자 백신으로 교차 접종을 받을 예정이다. 2월부터 8월까지 발생한 코로나 환자를 분석해보면 백신 미접종자가 91%이고 한 번만 맞은 불완전 접종자가 7%, 접종 완료자는 2%다. ‘제일 좋은 백신은 빨리 맞는 백신’이란 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