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1타 강사’ 현우진씨가 자신이 구매한 일본 작가 구사마 야요이 작품 4점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네 작품의 총낙찰가가 108억원이었다. 이 비싼 작가 작품을 현씨 같은 ‘큰손’만 사는 게 아니다. 얼마 전 미술품 공동구매 앱에서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 ‘호박’을 5억2000만원에 내놨는데 1분 만에 공동 구매가 마감됐다.

일러스트=김도원

▶돈 있는 일부 자산가의 취미와 투자 수단으로 여겨지던 미술품 시장이 20~30대들로 문전성시다. 인터넷 ‘공구’(공동구매)에 익숙한 20~30대들을 위해 한 조각당 1000원에서 100만원 단위로 미술품에 투자하는 ‘미술품 공구’ 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미술품 공구 앱에는 그림별 투자 수익률이 ‘20%’ ‘8%’라고 뜬다. 한 미술품 공구 앱은 6개월 만에 회원을 2만2000명 모았는데 대부분이 MZ 세대였다. 부동산은 ‘억’ 소리 나게 올랐고 가상 화폐는 폭락했으니 젊은 층이 소액으로 가능한 투자처를 찾아 기웃거리는 곳이 미술품 재테크, 이른바 ‘아트테크’다.

▶20세기 미술 투자의 선구자는 프랑스의 ‘곰가죽 클럽’이다. 1904년 예술 애호가이던 기업인 앙드레 르벨이 가난한 예술가를 돕기 위해 지인 10여 명을 모아 미술품 투자클럽을 시작했다. ‘곰가죽’은 17세기 프랑스 작가 라퐁텐의 우화 ‘곰과 두 친구’에서 따온 이름이다. 10여 명이 돈을 모아 10년간 재능 있는 신진 작가들 작품을 꾸준히 사들였다. 피카소, 마티스, 고갱 등이 포함됐다. 10년 뒤인 1914년 파리에서 그동안 구입한 작품 145점을 경매에 부쳐 대성공을 거뒀다. 피카소 작품만 12점, 마티스 작품은 10점 팔렸다. 피카소 작품 중엔 구입가의 10배 넘게 팔린 것도 있었다.

▶미술시장 호황에는 정부의 소득세법 개정도 한몫했다. 작년 말 개정된 소득세법 덕분에 미술품 양도 차익은 ‘사업 소득’ 아닌 ‘기타 소득’으로 일괄 분류돼 세율이 최고 45%에서 20%로 뚝 떨어졌다. 그림 판매가가 6000만원 미만이거나 살아있는 국내 작가 작품이면 차익에 세금도 안 낸다. 시중에 돈은 넘치는데 부동산은 세금이 이중 삼중 부과되니 미술품 투자로 눈 돌리는 부자가 많아졌다. 그 바람에 그림 값이 도를 넘게 치솟고 있다.

▶20세기 초 프랑스 ‘곰가죽 클럽’은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돈도 버는 미술품 투자의 성공 모델이 됐다. 21세기 한국판 ‘곰가죽 클럽’에 해당하는 미술품 공동구매나 그림 재테크는 미술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가상 화폐 같은 ‘묻지 마 재테크’가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