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인도발 델타 변이 확산으로 비상인 가운데 지난 6월 21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한 10대 소녀가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학교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보이자 12~15세 연령대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백신접종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연합뉴스

지난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스웨덴과 핀란드 등에서 백신을 맞은 일부 아이들이 낮에도 참을 수 없는 졸음에 시달리는 증상(기면증)을 보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조사에 나서 2011년 이 백신을 맞은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기면증을 경험할 확률이 9배 높았다고 발표했다. 해당 백신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학계는 신종플루 백신과 기면증의 명확한 연관 관계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일이 다시 발생할지도 모를 상황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남자 청소년들이 화이자·모더나 등 mRNA 백신을 맞고 급성 심근염 진단을 받는 경우가 늘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접종 부작용을 분석한 결과, 12~15세 소년은 코로나로 입원하는 것보다 백신 관련 심근염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4~6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 청소년의 경우 화이자 백신을 2차까지 맞으면 12~15세는 100만명당 162.2건, 16~17세는 100만명당 94건의 심근염이 발생했다는 것이 연구진 추정이다. 여자 청소년 추정치는 각각 100만명당 13.4건, 13건이었다. 캐나다 통계에 따르면 30세 이하 남성의 경우 모더나 접종자가 화이자 접종자보다 심근염 발생률이 2.5배 높을 가능성이 있었다.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그래서 미국 등에선 남자 청소년의 경우 백신을 맞았을 때 이득과 부작용 중 어느 쪽이 큰지 논란이 있다. 코로나 감염만을 기준으로 하면 백신을 맞는 것이 낫겠지만, 코로나로 입원하는 비율을 기준으로 하면 백신 접종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내주부터 12~15세 청소년에게 백신을 접종하지만 우선 1회만 접종하기로 했다. 1회만 맞아도 백신 접종 이익은 대부분 얻지만 2회까지 접종하면 심근염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이스라엘·남아공 등에서는 소아·청소년에 대한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백신 부작용으로 청소년들에게 생기는 심근염은 자연 치유가 가능한 정도로 치명적이지는 않다.

▶우리 정부는 4분기에 12~17세 청소년과 임신부 대상 접종을 시작하려고 준비 중이다. 그런데 “접종 이득이 월등히 크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12~17세 백신 접종은 강제 또는 유도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보를 제공하고 청소년과 학부모가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의학 지식이 얕은 청소년·학부모가 어떻게 알아서 판단하나. 정부가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들어 판단을 내린 다음 책임지고 설득하는 것이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