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아시아 대학 평가.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2018년 총장 선거 기간에 “국회에 있는 동안 서울대의 위상과 권위 추락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오 총장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하다가 총장 선거에 뛰어들었다. 그는 “국민은 서울대를 ‘민족의 대학’이 아니라 기득권 집단으로 바라봤고 ‘서울대가 한 게 없는데 왜 자꾸 예산만 늘려 달라느냐’는 동료 의원들 비판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 총장이 취임한 이후 3년이 지났는데 서울대의 위치는 개선은커녕 더 추락했다. 조선일보와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가 공동 실시한 ‘2021 아시아대학평가’에서 서울대는 지난해 14위에서 올해 18위로 네 계단 떨어졌다. 2014년엔 이 평가에서 4위였다. 한국 대표 대학들의 순위가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이긴 하지만 서울대는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서울대의 순위 하락은 대학 교육의 핵심인 연구의 양과 질이 악화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교수들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 연구를 했는지 나타내는 ‘논문 피인용 수’ 지표에서 지난해 48위에서 올해 63위로 15계단 하락했다. 이 지표는 국내 대학과 비교해도 카이스트·포스텍은 물론 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이화여대에도 뒤지고 있다. 이 뉴스가 나온 3일 아침 “창피해서 못살겠다”고 말하는 서울대 구성원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사립대학들은 대학등록금이 사실상 13년째 동결 중이다. 하지만 서울대가 올해 받은 정부출연금은 5123억원으로 국립대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많다. 서울대보다 재학생이 많은 경북대(1975억원)의 2.6배다. 대학가에서 서울대에 대한 성토가 잇따르는 이유다. 규제 측면에서도 서울대는 자율성 확대를 위해 2011년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했다. 재정과 자율성 두 측면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초일류 대학의 존재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다. 지난해 GDP(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10위 안팎의 경제 규모인 한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다는 서울대가 아시아권에서조차 18위를 기록하고, 국내에서도 5위에 그쳤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대학순위 평가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문제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대가 이 핑계를 댈 수 없다는 것은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뭘 하는지 알 수 없는 대학 경영진이나 웰빙 교수들이라고 해도 문제가 무엇이고 답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를 리 없다. 정희성 시인은 1971년 서울대 관악캠퍼스 기공식 축시에서 ‘그 누가 길을 묻거든 눈을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고 했다. 빛을 잃은 시구가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