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확 줄어든 것은 세계적인 미스터리다. 9일 추가 확진자는 136명, 사망자는 3명이다. 우리와 접종 완료율이 비슷한데(한국 80.8%, 일본 77.6%) 다른 점이 있다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60대 이상 고령층이 집중적으로 AZ 백신을 맞았다. 또 하나 다른 점은 청소년 접종률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6일 기준 12~19세 백신 접종 완료율이 72%다. 우리나라 12~17세 청소년은 33.1%다.
▶항체가 없는 곳으로 가는 것이 바이러스의 기본 특성이다. 그 특성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정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백신을 접종했지만 항체가 떨어진 60대 이상 고령층, 백신을 맞지 않아 항체가 없는 소아·청소년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소아·청소년은 걸려도 무증상 등으로 가볍게 앓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사람들을 전염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 문제다.
▶주요국은 청소년 접종이 마무리 단계이고 소아 접종을 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부터 12~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화이자 접종을 시작해 이미 52%가 맞았다. 5~11세 어린이 접종도 지난달 시작했다. 싱가포르 청소년 접종 완료율은 93%, 캐나다는 83%, 프랑스도 76%다. 주요국 중 유독 우리나라가 낮다.
▶정부가 청소년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내년 2월부터 12∼18세 청소년이 학원·독서실 등에 출입할 때 방역 패스를 적용하기로 하자 학부모·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할 때는 이런 논란이 없었다. 그때는 의료진 다음으로 소아·청소년이 접종했다. 고령층은 과거 독감 이력으로 신종플루에도 어느 정도 면역 효과가 남아 있지만 소아·청소년은 그렇지 않아 더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반면 이번 신종 코로나는 사망률 줄이기가 최우선 목표여서 고령층부터 맞았다.
▶사실 청소년 접종 문제는 논란이 생길 일도 없는 문제였다. 청소년 이상 반응이 심했으면 주요국에서 접종률이 80% 안팎에 이를 수 있겠나. 그런데 정부가 지난 9월 말엔 “건강한 소아·청소년의 경우 접종 이익이 작다”며 충분한 검토 후 자율 접종을 권고하더니 지난 3일 별다른 추가 설명이나 절차도 없이 불쑥 사실상 강제로 바꿨다. 어떤 학부모가 반발 감정을 갖지 않을 수 있나. 위기에서 정부의 무능은 죄악이다. 학부모들도 과학 데이터를 믿고 우리 사회 전체의 감염을 줄이는 데 협조했으면 한다. 그것이 결국엔 각 개인에게도 이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