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성적표 배부일인 10일 강원 춘천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받아든 성적표에 생명과학Ⅱ 성적이 공란 처리돼 있다./연합뉴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입시생 중에 생명과학Ⅱ를 선택한 수험생 6000여 명은 이 과목 성적이 공란인 채 수능 성적표를 받았다. 출제 오류 논란이 벌어진 생명과학Ⅱ의 20번 문제를 놓고 수험생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정답에 대한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성적 처리를 하지 말라’고 정답 효력 정지 처분이 나왔기 때문이다.

▶동물 개체 수는 ‘마이너스 한 마리, 마이너스 두 마리’ 하는 식으로 셀 수가 없는데 생명과학Ⅱ의 20번 문제를 풀면 마이너스 값이 나온다. 이 문제를 틀린 수험생들은 출제 오류를 주장했지만, 문제를 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문제를 푸는 과정이 중요한 만큼 오류가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생명과학Ⅱ는 30분 만에 20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 한 문제에 15분이나 써버려 시험 망쳤다고 하소연하는 수험생도 있다. 결국 수험생들이 소송으로 맞섰다.

▶2014학년도 수능의 세계지리 8번 출제 오류는 1년 만에 판가름이 났다. 교과서에는 EU(유럽연합)의 총생산액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권역보다 크다고 되어 있다. 세계 금융 위기로 2010년 무렵부터 EU와 NAFTA 경제 규모가 역전됐다. 평가원은 교과서대로 정답을 발표했는데 오류 논란을 제기한 수험생들은 소송도 불사했다. 1심은 평가원이 이겼는데 2심에서 뒤집혔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수능 치른 지 1년 만에 8번 문항을 전부 정답 처리하고 1만8884명의 성적을 다시 매겼다. 대학들도 입학 사정을 다시 해서 4년제 대학 430명, 전문대 203명 등 총 633명을 추가 합격시켰다.

▶입시 출제 논란은 50여 년 전 ‘무즙 파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5학년도 서울 중학교 입시에서 ‘엿 만들 때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을 고르는 문제가 출제됐다. 발표한 정답은 디아스타아제였는데 무즙도 맞는다고 학부모들이 이의를 제기했다. 학부모들이 무즙으로 실제 엿을 만들어 서울시교육위로 몰려가 “무즙 엿 먹어라” 시위까지 벌였다. 이듬해 무즙도 정답이 됐고 추가 합격자들이 나왔다. 이 사건은 과열 경쟁의 중학교 입시가 폐지되는 한 단초가 됐다.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에는 ‘생2(생명과학Ⅱ) 피해자 소송 단톡방’이 개설돼 있다. 별칭을 ‘망한 생2′ ‘생2 피해자’ ‘서울대 못 쓰는 생2러’ ‘억울해’ ‘왜 인정을 안 하니’ 등이라고 붙인 수험생들이 재판 정보를 나누며 소송에 임하고 있다. 시험 한 문제에 인생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입시 세대의 절박함을 보는 듯해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