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 장례식 내내 울었다. 1994년 김일성 사망 때 김정일이 눈물을 거의 보이지 않았던 것과 대조됐다. 김정일은 공개 연설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정은은 2012년 첫 공개 연설에서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해 부인 리설주와 함께 공식 석상에 나타났고, 미키마우스와 미국 영화 ‘록키’ 주제가가 등장한 음악회도 관람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와는 다를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2013년 12월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잔인하게 처형했다. 김정일 때처럼 소총이 아니라 대공(對空) 무기인 14.5mm 고사총으로 사람을 박살 냈다. 그해 30명, 2014년 40명, 2015년 60명을 제거했다고 한다. 시신을 화염방사기로 소각까지 했다. 그 참극을 가족들이 강제로 보게 했다. 1인 독재를 굳히려고 엽기와 야만을 일삼았다. 그래 놓고 평양 보육원 공연을 보고 울고, 미사일 개발자에게 훈장을 주면서도 울먹였다. 한편으론 죽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눈물짓는다.
▶북이 석 달 전 ‘시·군 발전법’을 채택했다. 된장·비누 같은 소비재 공급부터 관광·무역까지 지방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내용이다. 북 정권은 평양만 챙기겠다는 것이다. 북 스스로 ‘고난의 행군’이라고 했을 만큼 지금 지방에선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제재와 코로나 자체 봉쇄로 북 교역액은 10년 전 63억달러에서 작년 8.6억달러로 급감했다. 2019년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을 때 김정은은 “시간이 없는데”라고 했다. 북 수출 1~4위 품목이 전부 막혔기 때문이다. 그 시간도 벌써 2년 넘게 흘렀다.
▶노동신문이 그제 ‘김정은 10년’을 평가하는 장문의 글을 발표했다. 10년 업적은 3대 세습 완성으로 요약된다는 것이다. 세습 권력을 보장하는 것이 핵이다. 김정은이 ‘영원히 한길 가리라’를 강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씨 독재와 핵 폭주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140kg이 넘던 김정은의 살이 눈에 띄게 빠졌다. 건강을 위해 뺀 것인지, 건강이 나빠져 빠진 것인지 불확실하다고 한다.
▶얼마 전 북이 ‘오징어 게임’을 몰래 시청한 학생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800만 대 보급된 휴대전화의 저장 카드로 유포된 ‘오징어 게임’을 보고 북한 현실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주민이 적지 않다고 한다. ‘오겜’ 같은 현실이 영원할 수 있을까. ‘김정은 20년’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