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서 나이를 묻는 ‘How old~’는 표현 자체에 이미 만 나이 개념이 들어 있다. 12월 31일 출산한 엄마에게 다음 날인 1월 1일 아이 나이를 물으면 “하루 됐다(1 day old)”고 한다. 해가 넘어가면 무조건 두 살(2 years old)이 되는 한국식 나이 셈법은 그들에겐 엉터리 계산법일 뿐이다. 미국인에게 “새해가 되면 한 살씩 더 먹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가 “한국인은 전 국민 생일이 단체로 1월 1일이냐?”는 반박 질문을 받고 난감했던 적도 있다.
▶전 세계에서 나이를 세는 방법이 가장 헷갈리는 나라가 한국이다. ‘세는 나이’ ‘만 나이’ ‘연 나이’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이 중 태어나자마자 한 살로 출발해 해마다 새해 첫날 한 살씩 더 먹는 ‘세는 나이’가 가장 많이 쓰인다. 한국인 82%가 일상에서 세는 나이를 쓴다는 통계도 있다. 생일을 기준으로 해마다 한 살씩 더 먹는 만 나이는 형법·민법 등 법률 관계, 공문서, 병원 처방이나 언론에서 주로 사용한다. 태어난 해를 0살로 하되 해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더하는 연 나이는 두 방식의 절충인 셈인데, 병역법의 입영 영장 발부 등 주로 법 집행 편의를 위해 쓴다.
▶세는 나이는 중국에서 비롯돼 유교 문화권인 한국·일본·베트남 등에서 쓰였다. 세는 나이의 기원으로 어머니 배 속의 아이도 사람으로 인정했다는 설, 한자 문화권엔 ‘0′ 개념이 없어 ‘1′부터 시작했다는 설 등이 있다. 제왕의 재위 첫해부터 기산하는 연호(年號) 셈법과 같다는 주장도 있다. 기원이 어찌 됐든 오늘날 세는 나이를 쓰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중국에선 1960~70년대 문화대혁명 때 사라졌고, 일본은 1902년 법을 제정하며 세는 나이를 버리고 만 나이를 정착시켰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도 나이 셈법을 바꾸자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엔 만 나이 사용에 찬성하는 의견이 열에 일곱을 넘는 여론 조사도 나왔다. 세는 나이를 지지하는 응답은 15%에 머물렀다. 아카데미 작품상과 배우상을 거머쥐고 K팝을 전 세계에 퍼뜨리는 나라가 세는 나이 관행 때문에 코리안 에이지(Korean Age)라는 조롱 섞인 지적을 당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통일된 기준 없이 나이를 세 가지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서 오는 혼란과 사회적 비용도 그대로 둘 수 없다. 국회에서도 201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만 나이로 통일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하루속히 정리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