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우루과이 바스케스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다. 물러나는 무히카 대통령은 바스케스의 어깨에 대통령 띠를 매어주고 어깨를 감싸 안았다. 백발 대통령이 손을 흔들자 환호성이 터졌다. 우루과이 국민이 가장 존경했고 가장 검소한 대통령이라 일컬었던 무히카의 퇴장은 소박했다. 그는 고물 딱정벌레차(비틀)를 직접 몰고 근교의 아내 집으로 떠났다. 대통령 월급 90%를 기부해 재산도 없었다. 퇴임 때 지지율(65%)은 신임 대통령보다 훨씬 높았다.
▶프랑스 미테랑 전 대통령은 1995년 5월 엘리제궁에서 시라크 신임 대통령을 맞이했다. 그는 대통령 권한을 넘긴 뒤 담담하게 레드카펫을 밟으며 퇴장했다. 시라크가 궁 입구까지 배웅했다. 그는 “국민께 감사드린다. 시라크가 프랑스를 평화와 정의 속에서 이끌어 갈 것”이라는 짤막한 고별사만 남겼다. 궁을 나온 미테랑은 부근에서 기다리던 아들 차로 갈아탔다. 집까지 신호 대기에 여러 번 걸렸다. 14년간 프랑스를 통치하며 스스로를 ‘상머슴’이라고 불렀던 권력자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미국 대통령도 공식 퇴임식이 없다. 퇴임 전 고별 연설과 사적인 환송 모임을 하고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게 전부다. 대신 백악관을 떠나기 전 후임자에게 편지를 써서 집무실 책상에 올려둔다. 이런 전통을 깬 게 트럼프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서 셀프 환송식을 열었다. 대통령 전용기로 플로리다까지 갔다.
▶영국 총리는 다우닝가 관저에서 고별 연설을 한 뒤 여왕을 알현하면서 임기를 끝낸다. 별도 퇴임식은 없다. 그런데 독일은 물러나는 총리의 퇴임식을 열어준다. 신·구 총리와 내각이 함께 물러나는 총리에게 박수와 감사를 보낸다. 지난 연말 메르켈 총리가 이렇게 퇴임했다. 콜이나 슈뢰더 등 다른 총리들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탁현민 비서관이 “대통령 퇴임식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탁 비서관은 남북 정상회담과 각종 기념일 때마다 사람들 눈길을 잡는 화려한 이벤트를 기획해 왔다. 그래서 문 대통령도 그를 각별히 아꼈다. ‘쇼통령‘이란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문 대통령은 탁현민식 쇼 무대를 좋아했다. 우리나라에서 본 적 없는 대통령 퇴임식 쇼도 검토하는 모양이다. 그 퇴임식 무대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 5년간 국민을 편 가르고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고 민생을 벼랑 끝으로 내몬 데 대해 일말의 반성이라도 할까.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