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치과의사 에드워드 저커버그는 중학생 아들 마크에게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코딩(coding)을 가르치다가 개인 교사까지 붙였다. 고등학생이 된 마크는 대학원 과정을 들으며 여러 컴퓨터 간 통신이 가능한 ‘저크넷’이라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코딩 신동으로 불리며 하버드에 입학한 그가 기숙사에서 재미 삼아 만든 프로그램이 페이스북이다. 아들의 재능을 알아 본 아버지의 조기 코딩 교육이 전 세계 30억명이 쓰는 서비스를 탄생시켰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도 코딩 천재였다. 10살 때 8비트 컴퓨터를 산 그는 독학으로 코딩을 배워 12살에는 우주선이 등장하는 ‘블래스터’라는 게임을 만들어 잡지사에 팔았다. 내성적이고 왕따였던 머스크에게 코딩은 자신감과 사업 감각을 심어줬다. 머스크가 코딩을 몰랐다면 우리는 테슬라 전기차나 화성 탐사 로켓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초등학교 때 컴퓨터를 만난 것이 일생의 전환점이었다고 했다.
▶컴퓨터는 0과 1로 이뤄진 이진법을 쓴다. 사람의 말을 컴퓨터가 알아듣는 언어로 바꿔주는 번역 작업이 코딩이다. 최초로 코딩의 개념을 만든 것은 시인 바이런의 딸 에이다 러브레이스였다. 러브레이스는 1800년대 초반 수학자 찰스 배비지가 설계한 연산기계에 사용할 각종 알고리즘을 만들었지만 정작 기계가 완성되지 않았다. 반도체와 컴퓨터의 시대가 열린 뒤에야 이 알고리즘이 빛을 봤고 포트란·C·파이선 같은 코딩 언어가 등장했다. 이때부터 사람들이 코딩을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코딩은 논리와 창의력에 가깝다. 코딩을 잘한다는 건 컴퓨터가 더 효율적으로 빠르게 작동하도록 만든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이 몇 달 걸릴 프로그램을 며칠 만에 간결한 논리로 풀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논리가 탄탄하면 오류가 덜 나고 개선도 쉽다. 이런 능력을 가진 개발자는 초봉 1억원을 줘도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페이스북·구글 개발자 초봉은 3억원이 넘는다.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모든 신입사원에게 코딩 교육을 의무화했다. 다른 언어를 이해하면 더 많은 문화와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것처럼 인사·총무·마케팅 담당도 코딩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앱부터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차까지 모든 것이 코딩으로 만들어지는 시대다. 여야 대선 주자들도 앞다퉈 코딩을 국·영·수처럼 가르치고, 디지털 미래 인재 100만 명을 양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바야흐로 코딩의 시대다.
박건형 산업부차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