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내전은 1936년 군부가 공화정을 전복하며 시작됐다. 이후 3년간 수많은 사람이 공화정 회복을 위해 피를 흘렸다. 세계 53국 3만5000명도 의용군으로 동참했다.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1차대전 때 의용군으로 참전했던 헤밍웨이는 스페인 내전 의용군 얘기를 다룬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썼다.
▶의용군은 전쟁의 대의(大義)를 좇아 참전한 민간인이다. 오웰은 스페인 내전 참전 경험을 담은 논픽션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의용군은 명령에 의해 참전하는 정규군과 다르다”고 했다. ‘의용군에는 일반 군대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기합이 조금도 용납되지 않았다.(중략)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다 해서 그 자리에서 처벌하지는 않았다. 우선 동지애의 이름으로 호소한다. 최악의 신병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눈에 띄게 나아졌다.’
▶의용군의 역사는 11세기 교황 우르바노 2세가 주도한 십자군 원정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교황은 정규군인 영주와 기사의 참전을 바랐지만 종교적 열정으로 뭉친 하층민이 더 적극적이었다. 창과 칼 대신 괭이와 몽둥이를 들고 원정에 나섰다. 스페인 내전에서 활동한 대표적 의용군은 국제여단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주인공 조던도 국제여단 소속이었다. 10년 전 중동의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 때 시리아 정부군과 맞서 싸운 자유 시리아군(FSA)에도 중동 전역에서 청년들이 몰려들었다.
▶러시아에 침략당한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든 세계 각국 시민이 모이고 있다. “러시아 전범과 맞서 싸워달라”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호소에 약 2만명이 호응했다. ‘우크라이나 수호 국제부대’라는 명칭으로 활동한다. 대부분 유럽인이지만 미국과 캐나다인 약 3000명도 참전 의사를 밝혔다. 일본에선 자위대 출신들이 적극적으로 나섰고, 국내에선 아덴만 인질 구출 작전을 수행한 청해부대 근무 경험이 있는 이근 전 대위가 참전을 위해 출국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했다가 러시아의 훼방으로 좌절하고 크림반도까지 빼앗겼다. 당시 수도 키이우 독립광장에 모인 우크라이나인들의 모토가 “우크라이나는 유럽 국가다”였다. 자유·민주·번영을 희구하는 우크라이나인의 열망이자 무기를 들고 현장에 달려가는 전 세계 의용군의 구호이기도 하다. “나는 우크라이나인은 아니지만 그들과 같은 인간”이라고 한목소리로 외친다. 러시아가 당장은 우크라이나를 좌절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래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