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웰컴투동막골’에 옥수수 곳간으로 굴러간 수류탄이 터지며 튀겨진 옥수수가 팝콘이 되어 눈처럼 쏟아지는 장면이 있다. 옥수수 낟알에 열을 가하면 단단한 껍데기가 수분과 유분을 증기 상태로 가둬 압력이 오른다. 온도와 내부 압력이 한계에 이르면 폭발하듯 터지며 안에서 끓고 있던 전분과 단백질이 거품처럼 쏟아져나와 굳은 게 팝콘이다. 영화와 달리 한국 옥수수는 외피가 무르고 부드러워 쪄서 먹지 팝콘으로 안 만든다. 팝콘용으론 껍데기가 단단한 미국산을 쓴다.

▶옥수수 원산지는 아메리카 대륙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적어도 2500년 전부터 팝콘을 만들어 먹었는데, 옥수수를 가열하면 그 안에 있던 정령이 화를 내고 분노가 임계점을 넘으면 폭발해 팝콘이 된다고 믿었다. 1620년 청교도를 태운 메이플라워호가 북미 대륙에 상륙했다. 그해 가을 매사추세츠에서 열린 첫 추수감사절 때 인디언 이웃들이 튀긴 옥수수를 들고 나타나 대접한 것이 유럽인이 처음 맛본 팝콘이었다.

▶팝콘이 미국 땅에 본격적으로 퍼진 것은 1885년 시카고에 사는 찰스 크레터라는 이가 팝콘을 대량으로 튀기는 기계를 발명하면서부터다. 이어 1914년 설립된 아메리칸 팝콘 컴퍼니가 팝콘을 깡통에 담아 팔기 시작했다. 먹을 때 큰 소리가 나지 않는 팝콘은 영화관 주전부리로 제격이었다. 1947년엔 미국 극장의 85%가 팝콘을 팔았다. 미국인은 영화 산업을 ‘팝콘 비즈니스’라 부른다. 영화·드라마 평가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는 관객의 평가를 팝콘 박스 이모티콘으로 표시한다. 팝콘이 가득 찬 박스 옆에 관객이 매긴 점수를 백분율로 나타낸다.

▶어제(25일) 0시부터 영화관에서 팝콘을 다시 먹을 수 있게 됐다. 삶의 작은 재미였는데 2년 넘게 빼앗겼었다. 많은 사람이 팝콘 한 통에서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낀다는 반응이다. 기차에 김밥과 계란이 다시 등장했고, 노래방·실내 공연장과 경기장에선 치맥을 즐길 수 있다. 마트와 백화점에선 시식과 취식도 가능하다. 코로나19도 이날부터 감염병 1급에서 2급으로 완화됐다.

▶이번 조치가 섣부르다는 우려도 있다. 같은 감염병 2급인 수두나 홍역과 달리 코로나 확진자는 여전히 격리 대상이다. 지금도 매일 수만명이 코로나에 걸리고 200명 안팎이 사망한다. “현 정권이 코로나 사태를 해결했다”고 선전하기 위해 너무 급하게 거리 두기를 완화하고 있다는 걱정이 많다. 돌아온 일상을 즐기되 손씻기와 마스크 쓰기를 제대로 하고 환기를 잘 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