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초봄 제주도 여행을 갔더니 눈이 가렵고 콧물·재채기가 심해져 고생했다는 사람들이 있다. 제주도에 많은 삼나무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삼나무는 남부 수종이라 내륙에는 드물고 제주도와 남해안에 많다. 삼나무 꽃가루는 알레르기 유발성이 매우 강하다. 삼나무는 일본 원산인데, 일본은 국토의 70%에 삼나무를 심었다. 그래서 꽃가루 알레르기 피해가 극심해 꽃가루가 날릴 때 휴교하는 학교까지 있다. 삼나무는 목재로도 경쟁력이 떨어졌다. 일본은 삼나무를 전 국토에 대거 심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꽃가루는 우리 몸에 잠시 들어와도 해롭지 않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 몸은 꽃가루를 세균처럼 매우 해롭고 위험한 물질로 오해하고 면역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이 과정에서 염증이 생기는 것이 꽃가루 알레르기다. 꽃가루가 눈을 자극하면 결막염이, 코를 자극하면 알레르기 비염이 생긴다. 우리나라 성인의 18.7%, 여성의 22.8%가 알레르기 비염을 앓는다. 요즘엔 코로나 증상과 비슷해 가슴 졸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알레르기 환자를 발생시키는 것은 신갈나무 등 참나무 꽃가루다. 소나무 꽃가루가 가장 많이 날리지만 알레르기를 잘 일으키지 않는다. 참나무 꽃가루는 우리나라 내륙을 기준으로 4월 초순부터 시작해 5월 하순까지 날린다. 오리나무·개암나무·단풍나무 꽃가루도 봄철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다. 여름엔 잔디, 가을엔 쑥·환삼덩굴·돼지풀 등 잡초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주원인이다.
▶우리나라에선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은 적이 없는데, 미국·유럽에 갔더니 기침·재채기 때문에 정신을 못 차렸다는 사람도 있다. 의료진에게 문의하니 우리나라엔 드문 나무 꽃가루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유전적으로 어떤 꽃가루에 반응하는 체질인데 그 꽃가루가 없는 곳에서 있는 곳으로 가면 반응이 나타난다. 미국과 유럽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나무는 자작나무다. 추운 곳에서 잘 자라는 나무여서 남한엔 자생지가 없지만 최근 조경수 등으로 많이 심고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피하려면 노출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특히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오전에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청소, 마스크 착용, 외출 후 샤워나 실내 공기청정기 가동 등도 좋은 방법이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고, 면역 치료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 찬란한 봄인데 황사·미세먼지에 이어 꽃가루까지 불청객들도 기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