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아침 10시에 사무실 나가서 밤 11시까지 있었다.” 흔한 요즘 샐러리맨 일상 같지만 이는 18세기 말 영국 동인도회사에 근무했던 17세 직원 찰스 램의 기록이다. 1729년 근대적 사무실의 효시인 동인도 회사 건물이 런던에 세워진 이래 200여 년간 현대인의 삶은 사무실이란 공간 때문에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어떨 땐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사무실에서 직장 동료와 보내는 게 현대인의 삶이 됐다.

▶‘출근 전에 고단백 식사를 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라. 눈을 감고 코로 숨을 깊이 들이쉰 다음 2초간 숨을 참았다 천천히 내뱉는 심호흡을 10번 반복하라.” 미국의 온라인 건강 잡지에 실린 ‘출근길 분노를 줄여줄 8가지 팁’의 일부다. 코로나 이전, 매일 1억5000만명 이상이 자동차로 출퇴근하고, 760만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미국에서는 출근 스트레스 연구 결과가 다양하게 나와 있다.

▶직장인들을 출근 스트레스에서 해방시켜줄 원격 근무(telecommuting) 개념은 반 세기 전 등장했다. 1972년 미국의 로켓 과학자였던 잭 닐즈가 대학 연구팀을 맡아 9개월간 보험회사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LA의 악명 높은 교통 체증과 대기 오염을 타개할 대안으로 원격 근무 실험을 한 것이다. 원격 근무자의 생산성은 높아졌고, 출퇴근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아 건강은 좋아졌으며, 사무실 비용도 절감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정작 이 회사는 원격 근무를 도입하지 않았다. 사무실 출근이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깊은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더디게 확산되던 원격 근무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에 친숙한 근무 형태가 됐다. 한번 재택 근무를 경험한 젊은 직장인들이 과거로 돌아가는 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상당수 기업들은 출근과 재택을 섞은 하이브리드(혼성) 근무 시스템으로 속속 바꾸고 있다.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 같은 곳은 집 말고 휴가지나 다른 나라에 가서도 일하라며 ‘워케이션(work+vacation)’ 개념까지 도입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감소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완화되면서 일상이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가지만 ‘사무실 전원 출근’만큼은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있다. 지옥철에 시달리는 출퇴근, 야근 및 회식 스트레스 등에서 해방된 삶을 경험한 코로나 세대에게는 ‘재택 근무가 곧 복지’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른바 ‘내 방 출근족(族)’이 보편화된 세상이 왔다. 좋은 직장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