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회에서 야당 의원과 설전을 벌이는 영상은 조회 수가 하루 만에 250만 회를 넘었다. 재미없어서 아무도 안 본다는 취임식 장면도 130여 만 회다. 법정에 출두하며 유시민씨를 비판하는 영상도 200만 회에 육박한다. 한 장관의 주요 어록과 수사 목록은 인터넷에서 회자된다. 한 장관의 옷·신발·스카프·넥타이·가방 등 패션도 화제다. 가격과 브랜드 정보가 실시간으로 뜨고 ‘한동훈 안경테’ ‘한동훈 마스크’도 불티나게 팔린다. ‘비주얼 깡패’ ‘완판남’이란 별명이 붙고 각종 사이트엔 2030 중심의 팬덤까지 생겼다.
▶정치권에선 ‘한동훈 현상’이라고 부른다. 깔끔한 외모와 논리 정연한 말솜씨, 남다른 패션 감각, 권력과 맞선 이미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그는 재즈광이다. 페이스북엔 반려묘 사진 등을 수시로 올린다. 최신 휴대폰이 나오면 곧바로 바꾼다. 트렌드와 이슈에 민감하다. 이런 모습도 젊은 층에게 어필한 것 같다.
▶하지만 진짜 눈길을 끈 것은 그의 메시지일 것이다. 한 장관은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범죄자뿐” “강자든 약자든 죄가 있으면 수사한다” “검찰을 사냥개 만든 정권” 등 돌직구 발언을 날리고 있다. 네티즌들은 “차분하고 논리적이면서도 시원시원하다”고 손뼉을 친다. 그가 검찰에서 보여준 수사 능력도 돋보였을 것이다. 그는 잘 때도 수사하는 꿈을 꾸곤 했다고 한다. 주변에선 ‘조선제일검’ ‘한집요’라고 했다.
▶과거 한 장관의 이미지가 좋지만은 않았다. 그의 수사망에 걸린 피의자들은 먼지 털기 수사에 몸서리친다. 첫째 혐의가 무죄 나면 별건 수사로 형량을 높인다고 악명이 높기도 했다. 이런 한 장관을 반전 이미지로 현상화해준 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다. 한 장관이 조국 전 장관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을 수사하자 문 정권은 그를 네 차례나 좌천시켰다. 있지도 않은 검언 유착 혐의를 씌워 2년 넘게 수사했다. 후배 검사에게 폭행까지 당했다. ‘권력에 핍박받은 검사’ 이미지를 정권이 만들어준 것이다.
▶이런 팬덤 현상은 이전에도 있었다. 안철수 전 대표, 조국 전 장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더 큰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실력과 도덕성 기반이 없는 팬덤은 꺼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법무 장관이 대중 정치인처럼 행동하면 직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팬덤은 언제든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