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자녀와 손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할아버지·할머니는 누구일까. 답은 용돈 주는 할아버지·할머니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입 지퍼를 닫고 돈 지퍼를 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자식들에게 기댈 수 없는 지금 노인 세대는 손주 용돈이 아니라 자신들 생활 자체가 문제다.

▶지난해 ‘아내 몰래 비상금 3억 모으기’란 책을 낸 문석근 농협대학 교수는 “아무리 현역에서 퇴장했어도 친구를 만나 커피 마시고, 저녁엔 술자리도 가야 하는 남자들만의 영역이 있다”며 ‘은퇴 지옥’을 피하려면 은퇴 전에 비상금을 모아두라고 했다. “아무리 착한 아내라고 해도 수입 없는 남편이 자꾸 용돈을 달라고 하면, 결국 부부 갈등의 씨앗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한 현 노인 세대에게, 자식들 대신 나라에서 용돈을 주겠다는 개념으로 도입한 것이 기초연금 제도다. 2008년 월 10만원(당시는 기초노령연금) 정도로 시작한 기초연금은 대선을 치를 때마다 10만원씩 올라 현재 30만원 정도를 지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중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40만원으로 오르면 65세 이상 부부는 월 64만원(부부는 20% 감액하기 때문)을 받는다. 여기에다 부부가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월 27만원씩 받는다면 118만원 정도를 나라에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과 형평성이 문제다. 부부가 월 64만원을 받으면 국민연금 월평균 지급액(57만원)보다 액수가 많다. “평생 월급에서 꼬박꼬박 국민연금 보험료 낸 사람은 바보냐”는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열심히 일한 게 죄냐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많이 받으면 기초연금을 최대 50%까지 감액한다. 소득 상위 30%는 아예 기초연금에서 제외된다. 세금 많이 낸 사람일수록 나라에서 받는 혜택은 없다.

▶기초연금 예산은 2008년 2조2000억원으로 시작해 올해 약 20조원으로, 14년 만에 9배로 늘었다. 앞으로 지급액이 늘고 65세 이상 인구도 늘기 때문에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형평성 시비에 더해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생기는 이유다. 원래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제도가 정착할 때까지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얼마 전 대통령직인수위는 “국민연금 등 연금 제도 전반을 논의하기 위한 공적연금개혁위 설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회에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형평성 시비를 줄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제도를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