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3시 서울 종로·중구 일대 초미세 먼지 농도는 6~7㎍/㎥였다. 가장 높은 노원·은평·도봉구도 13에 불과했다. 같은 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 초미세 먼지 농도는 14였다. 비록 한때지만 서울 공기가 청정의 대명사 뉴질랜드 도시보다 깨끗했던 것이다. 요즘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에 “여기 한국 맞아?”를 연발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14일 오전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상공 위로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다. /뉴스1

▶올해 봄 서울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관측 이래 가장 낮았다. 지난 3~5월 서울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20으로, 2014년 초미세 먼지 연중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3년(2019~2021년) 봄철과 비교하면 23% 감소한 수치다. 이 기간 초미세 먼지가 ‘좋음’(15 이하)인 날도 관측 이래 가장 많은 36일을 기록했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고농도일(50 초과)은 하루도 없었다. 믿기지 않는 수치다.

▶불과 3년 전 이맘때 동료 기자들과 ‘미세 먼지 재앙… 마음껏 숨쉬고 싶다’ 기획 연재 보도를 했다. 그때는 말 그대로 숨쉬기가 거북할 정도로 대기 질이 최악인 날이 많았다. 측정기를 들고 서울 도심 곳곳을 다녔는데 120~130으로 나오는 수치를 믿을 수 없어서 기상청 발표 수치를 찾아볼 정도였다. 아이들이 하늘을 그릴 때 파란색 대신 회색 크레파스를 칠했다는 기사를 쓴 것도 그때였다. 이런 나라에서 어린아이를 어떻게 키우느냐는 개탄이 쏟아졌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격세지감까지 느낄 정도다.

▶공기 질은 바람 방향과 대기 정체 등 기상 여건, 중국과 국내 대기 오염물질 배출량 등 많은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14일 유난히 맑은 공기는 동해 쪽에서 불어오는 동풍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서울시는 중국 북동부 지역 초미세 먼지 농도가 지난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올랐다가 올해 다시 낮아져서 서울 대기질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가 추진해온 자동차 저공해 사업 등 정책 효과가 얼마나 있었는지는 코로나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코로나 봉쇄를 풀면 다시 공기 질이 나빠질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외 요인 모두 긍정적이다. 중국도 자국 민심 때문에라도 공기 질 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올 1분기 전기자동차 등록 대수가 25만대를 넘었는데,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새 정부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공약했다. 탄소중립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 발전 규제를 늘려나갈 수밖에 없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서울 공기가 요즘만 같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