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0년 한 이탈리아 과학자가 지름 4.5cm짜리 망원경을 만들었다. 이 원시적인 망원경으로 그는 달이 빛나는 것은 태양 빛 반사 때문이라는 것, 은하수가 사실은 별의 집단이라는 것, 목성이 위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금성이 태양 주위를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당시의 상식을 깬 그가 바로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갈릴레이는 망원경의 발명자는 아니었지만, 망원경이 얼마나 위대한 도구인지를 일깨워줬다.
▶1946년 천문학자 라이먼 스피처는 우주에 망원경을 보내면 대기 현상의 방해를 받지 않고 더 멀리 또렷하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인류는 1990년 허블 우주 망원경을 발사했다. 새로운 우주가 눈에 들어왔다. 가장 큰 업적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우주 망원경은 현재가 아닌 과거를 보여준다. 빛이 1년간 가는 거리를 1광년이라고 하는데, 10광년 떨어진 별을 관측한다는 것은 그 별의 10년 전 모습을 보는 것이다. 허블 망원경은 10억광년, 즉 10억년 전의 우주를 볼 수 있다.
▶우주에는 별이 얼마나 있을까. 천문학자들은 우주 사진 3200만장을 모은 뒤 그 안에 있는 은하의 숫자를 셌다. 은하란 최소 100만개에서 최대 100조개의 별 무리다. 사진 한 장에 이런 은하가 5500개 들어 있었다. 관측 가능한 우주에만 총 1700억개가 넘는 은하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포함하면 은하 숫자가 2조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니 별의 숫자는 세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태양은 그 무한대에 가까운 별 중 하나일 뿐이다. 우주를 알면 알수록 겸손해진다.
▶어제 나사가 지난해 성탄절에 발사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촬영한 첫 사진들을 공개했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130억광년을 볼 수 있다. 칼 세이건은 우주가 거대한 바다라면 인류는 아직 발가락만 조금 적셨을 뿐이라고 했다. 세이건이 제임스 웹 망원경이 보낸 사진을 봤다면 어떻게 평가했을까 궁금하다.
▶나사 2대 국장이었던 제임스 웹은 과학자가 아니라 국무부 차관 출신 공무원이다. 그는 우주 탐사가 예산 낭비라는 정치권의 공세를 막아내며 230조원에 이르는 아폴로 계획을 탄생시켰다. 그의 헌신 덕분에 인류는 달을 밟았고, 이제 그의 이름을 딴 망원경이 우리에게 우주를 보여주고 있다. 웹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우주 탐사가 인간 사회를 통합하고 발전시키는 길이라 믿었다. 공무원 한 사람이 얼마나 큰 공헌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박건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