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본에 다녀올 때 가장 걱정한 것은 현지에서 코로나 양성이 나오지 않을까였다. 우리나라는 현재 해외 입국자에 대해 출발 48시간 이내 PCR 검사 또는 24시간 이내 신속 항원 검사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고 있다. 양성이 나오면 귀국이 7일 이상 늦어져 여간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기우였다. 귀국 당일 여행사 안내를 받아 신속 항원 검사를 받을 때, 의료진은 진단봉을 코에 살짝 넣었다 빼는 정도로 검사했다. 이 검사는 진단봉을 코 깊숙이 찔러야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 정도로는 걸렸어도 양성이 나오기 어려울 것 같았다.
▶특정 사례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언론 보도를 보면 더 가관이다. 태국 방콕의 한 의료 기관은 귀국을 앞둔 한국인들로 북적이는데, 신속 항원 검사를 의료진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하는 방식이다. 관광객들이 진단봉을 형식적으로 코에 넣거나 아예 넣지 않고 시늉만 하는 방식으로 ‘음성’을 받는다고 했다. 포털 여행 카페 등에 들어가면 나라별로 ‘음성 확인서 수월하게 받을 수 있는 곳’을 소개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유럽 정보에서도 ‘감기 기운이 있으면 검사 느슨하게 하는 곳을 찾아가라’는 충고를 볼 수 있다.
▶여행객은 양성이 나올 경우 번거로운 데다 체류 비용 등이 늘고, 해당 국가는 굳이 코로나 양성자를 더 머물게 할 이유가 없다. 양쪽 이해가 맞아떨어져 형식적 검사를 하는 셈이다. 인터넷에서는 신속 항원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자 의료 기관을 돌며 더 검사해 결국 음성을 받았다는 체험담도 찾을 수 있다. 이 정도면 입국 전 코로나 검사는 하나 마나가 된 셈이다.
▶이미 주요국은 코로나 백신 접종 완료자의 입국 전 코로나 검사 의무를 폐지했다. 입국 전 또는 후에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나라는 있지만 입국 전후 두 번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하는 국가는 OECD 38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수차례 지적이 나왔는데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여행 업계와 관광객들은 정부의 ‘면피 행정’이 꼼수를 유도한다고 비판한다.
▶코로나 국면 초기에는 해외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입국 규제가 절실했다. 지금은 해외 유입 확진자가 국내 발생 확진자에 비해 미미한 수준(0.4% 미만)이다. 해외 유입이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인데도 입국 전후로 두 차례나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는 것은 과잉 규제다. 해외 왕래를 줄이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왜 효과도 없고 과학적이지도 않은데 입국 전후 검사를 둘 다 유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