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인 노바티스 '졸겐스마' 제품 사진. 주사 1회당 가격은 20억원에 달한다. /노바티스 제공

희소병인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는 약값이 약 20억원이다. 이 질환은 태어날 때부터 운동신경세포가 망가져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생명까지 위험해지는 병이다. 졸겐스마는 정맥 주사로 한 번만 맞으면 병 진행을 막고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원샷 치료제’다. 정부가 이달부터 이 약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해 지금까지 2명의 아기가 약을 맞았다. 원래 투약 비용이 19억8000여 만원인데, 건보 적용으로 환자 부담이 600만원으로 줄었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2300명이 이 약을 맞았다.

▶최근까지 졸겐스마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이었다. 하지만 지난 17일 미국 블루버드의 빈혈 유전자 치료제 ‘진테글로’가 미국 FDA 승인을 받으면서 2위로 밀려났다. 진테글로는 280만달러, 우리 돈으로 36억원이 넘는다. 이 질환에 걸린 환자는 2~5주마다 수혈을 받아야 살 수 있는데, 임상 시험에서 이 약을 맞은 환자 90%가 2년 내에 치료됐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비싸지만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다고 한다.

▶중증이나 희소 질환 환자는 숫자가 적기 때문에 약이 초고가인 경우가 많다. 1인당 연간 3억원 이상 들어가는 약을 고가 약이라 하는데, 지난해 기준 15개 품목이다. 모두 288명의 중증·희소병 환자가 1086억원의 건보료를 썼다. 1인당 3억8000만원이 들어간 셈이다. 급성 림프성 백혈병 등 치료제인 ‘킴리아’도 비급여일 경우 약값이 4억원이다. 지난 4월부터 건보 급여가 적용돼 환자 부담이 600만원으로 줄었다.

▶고가 의약품에 건보를 적용하는 문제는 난제 중의 난제다. 건보 재정은 한정돼 있으니 우선 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도 졸겐스마를 올해에 한해 14명까지, 내년부터는 7명까지만 투약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보험 적용 조건은 생후 24개월 이내로 제한했다. 그랬더니 24개월에서 몇십일을 초과한 아이 부모가 적용 확대를 호소하고 있다. 무엇이 최선인지 아무도 답할 수 없는 문제다.

▶중증·희소병 신약은 첨단 기술을 활용하면서 점점 비싸지고 있다. 치료약이 있음에도 고가라는 이유로 생명을 포기해야 하는 환자 가족들의 안타까움은 외면할 수 없다. 문제는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빨간불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은 제약 회사와 정부, 민간재단이 희소 질환 치료제에 대해 기금을 조성해 지원하고 있다. 호주와 이탈리아도 별도 기금을 운영해 고가의 희귀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도 이런 방식의 지원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