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갤럽이 젊은이에 대한 주제로 설문을 했다. 기성세대인 응답자 열 중 아홉이 요즘 젊은이들이 자기 권리만 너무 주장한다고 답했다. 이기적이다(87%), 돈 계산이 과하게 정확하다(73%) 같은 부정적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금의 2030세대 이야기가 아니다. 이 설문을 한 시점은 1992년, 당시 젊은이라 해봤자 1960년대생들이다. 586 세대도 한때는 이기적인 ‘요즘 젊은이’였나 보다.
▶직장마다 20대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와 함께 일하는 방법을 찾느라 고민이라고 한다. 대기업 임원 사이엔 ‘3요 주의보’란 말까지 돈다. 업무 지시에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고 되묻는 젊은 직원의 흔한 반응을 일컫는 말이다. 일본엔 비슷한 표현으로 ‘나니카…'가 있다. ‘유토리데스가, 나니카(유토리입니다만, 뭔가)…’라는 드라마를 통해 유행했다. 1987~2004년생을 유토리(여유) 세대라 하는데 힘든 일 피하고 이기적이라고 여겨진다. 이들이 많이 쓰는 말이 ‘나니카’다. 자신의 그런 행동에 ‘뭔가 문제가 있습니까’란 얄미운 뉘앙스다.
▶젊은이들에 대한 한탄은 뿌리가 깊다. 1982년 한 신문엔 ‘잖아요’ ‘같아요’란 말투가 무례해 참기 어렵다는 독자 투고가 실렸다. 비슷한 시기의 기사는 당시 젊은이들이 ‘웬일이니, 별일 아냐, 웃기지 마’ 등을 너무 많이 써 걱정된다고 적고 있다. 지금으로선 왜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당시엔 감정을 너무 노골적으로 표출한다고 지적을 당했다.
▶Z세대들이 꼰대라고 부르는 지금의 40대야말로 한때는 자기표현에 거침없는 젊은이였다. 당시 대기업은 개성에 집착하는 이른바 ‘X세대’를 유인한다며 경쟁적으로 튀는 채용 광고를 냈다. ‘노래방에서 서른곡을 부를 수 있는 사람’(대우), ‘트로트에서 힙합까지 쫙 꿰고 있다구’(삼성전자)란 식이었다. 이들은 입사 후 찢어진 바지 입고 출근했다가 야단맞기도 했다. 이 X세대도 이젠 Z세대들에게 핵심 ‘라떼’ 세력으로 찍혀 있다.
▶'요즘 애들 버릇없어/어른들은 얘기하겠지만/똑같은 얘길 들으며/그들도 자랐는걸.’ 1993년에 나온 O15B 노래 ‘요즘 애들 버릇없어’ 가사다. 약 100년 전 영국 신문엔 이런 글이 실려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생각이 없고 무례하며 완전히 이기적이다.’ 한때 제멋대로라던 동서고금의 ‘요즘 애들’은 결국 다 어른이 돼 ‘요즘 애들’ 흉을 봤다. 시간이 흐르면 ‘이걸요? 제가요? 왜요?’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