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방역 당국이 ‘5월부터 확진자 격리 5일로 단축, 7월 병원 마스크 의무 해제, 내년 상반기 엔데믹(endemic) 전환으로 모든 방역 해제’라는 코로나 로드맵을 발표했다. 지난 20일부터는 이미 버스·지하철도 마스크 없이 탈 수 있다.
▶그런데 엔데믹에 대한 오해가 많은 것 같다. ‘팬데믹’은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감염병이 번져나갈 때 세계보건기구(WHO)가 발령한다. 여기에 조건이 하나 달린다. 전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양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 새롭지 않으면 아무리 확산되고 증세가 심해도 팬데믹은 아니다. 말라리아는 2021년 전 세계에서 2억4700만명이 감염돼 61만9000명이 사망했다. 끔찍한 감염병이지만 팬데믹이 아니라 엔데믹으로 분류된다. 엔데믹은 감염병의 ‘끝’이 아니라 풍토 감염병이 됐다는 뜻이다. 늘 있는 병이고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감기, 독감도 엔데믹이다.
▶그렇지만 미국 감염병 전문가 오스터홀름은 “코로나엔 ‘뭘 모르는지도 알 수 없는 불확실성(unknown unknowns)’이 있다”고 했다. 코로나에 대해선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 백신 개발 직후엔 아프리카가 코로나 지옥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백신 살 돈이 없어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100만명당 누적 사망자 수가 미국 3300명, EU 2700명, 한국 660명인데 아프리카는 180명밖에 안 된다. 그래서 엔데믹으로 안정화되더라도 언제 다시 끔찍한 팬데믹으로 돌아설지 알 수 없다는 경고가 꽤 있다.
▶어제 점심 서울 덕수궁 주변을 산책했다. ‘…무엇이 우스운지 세 사람은 / 다시 또 껄껄 웃는다 / 웃음소리에 놀라서인지 / 십 리 안팎의 진달래와 / 철쭉과 산동백이 / 다투어 피고 봄이 폭죽처럼 / 터져 오른다 / 밖으로 열린 유리창에서도 / 캘린더 넘기는 소리 요란하다 (봄날이 온다/최하림)’. 햇볕 쬐러 나온 시민들이 돌담 길에 가득했는데 마스크 쓴 이는 채 20%도 안 됐다. 드디어 코로나가 꽁무니 빼고 있고 시민들 표정은 환해졌다. 이번 주말 산과 들은 인파로 메워질 것이다.
▶3년 전 봄엔 벚꽃 구경도 할 수 없었다. 올해는 봄꽃 소식이 일찍 왔다. 집 마당에 꽃잎을 열기 시작한 명자나무 분홍색은 전보다 더 밝아졌다. 엔데믹이 ‘끝’은 아니지만 그래도 빨리 팬데믹 세상 떨쳐 버리고 싶다. 마스크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니 선별진료소니 하는 얘기들은 없는 세상이 빨리 와야 한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