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화폐 전쟁’의 저자 제임스 리카즈는 ‘금의 귀환’이란 또 다른 저서에서 금을 “궁극의 화폐”라고 썼다. 주기율표의 고체 원소에서 독성이 있거나 녹슬고 부식되는 것, 너무 약해 동전으로 만들 수 없거나 너무 단단해 제련하기 어려운 것을 추려내면 금속 8개가 남는다. 그중 실제 통화량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을 보유한 것은 금과 은인데, 은은 변색하기 쉬워 단연 금이 최고라는 것이다. 전 세계에 17만t의 금이 있고, 이 중 3만5000t을 각국 중앙은행이나 재무부, 국부 펀드가 갖고 있다.
▶강대국들은 금을 확보해 패권 경쟁의 우위에 서려 했다. 영국은 1931년까지 파운드화를 금과 교환해줬고, 미국은 금 1온스를 35달러에 고정하는 금환본위제를 1970년대 초반까지 유지했다. 달러는 더 이상 금으로 바꿔주지 않지만 패권 화폐인 달러를 견제하려는 러시아와 중국은 금을 부지런히 사 모으고 있다. 2020년 기준 러시아는 세계 5위 금 보유국으로 올라섰고, 중국도 비공식 수량까지 합치면 러시아보다 2~3배 많은 금을 보유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최고 가격을 찍었던 금값은 지난해 약세였지만 올해 들어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다시 급등하고 있다. 인터넷 맘카페엔 “애들 돌 반지 지금 팔면 어떨까요” “금값이 너무 좋아 황금 열쇠 처분했어요” 등의 사연이 올라온다. 20년 전 사뒀던 100g 골드바를 팔아 3배로 돈을 불린 재테크 성공담이 일본 미디어에 소개될 정도다.
▶돌잔치엔 한 돈짜리 금반지를 들고 가는 것이 오랜 풍습이었다. 그런데 하도 금값이 뛰자 금 1g 돌반지가 나왔다고 한다. 금 1돈(3.75g) 가격이 35만원에 육박하자, 금 무게를 거의 4분의 1로 줄여 반지를 만든 것이다. 그래도 시세가 10만원을 웃돈다. ‘1g 금반지’는 12년 전에도 있었다. 귀금속에 미터법 도량형을 확산시키려는 정부 의도와 줄어드는 돌 반지 수요를 붙잡으려는 업계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당시 1g 금반지는 6만원 선이었다. 그사이 가격이 두 배로 뛴 셈이다.
▶지갑은 얇은데 금값이 치솟자 심지어 0.5g 돌 반지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반지 대신 현금 봉투를 건네는 풍속도 자리 잡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금값에 돌잔치 찾는 하객들도, 초대하는 아기 부모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그래도 출산율이 높아져 금은방 진열장마다 돌 선물용 ‘1g 금반지’가 넘친다면 이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