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유명 냉면집 봉피양이 냉면 값을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올렸다. 우래옥에 이어 ‘1만6000원 냉면’이 또 등장했다. 또 다른 냉면집 을밀대의 경우, 지난달에 물냉면과 비빔냉면 가격을 1만5000원으로 올렸고 회냉면은 1만8000원이나 한다. 냉면 값이 2만원 될 날도 머지않은 듯싶다.
▶냉면은 실향민들의 그리움을 달래주는 ‘영혼의 음식’이었다. 맵고 짠 강한 맛이 아닌, 담백한 맛에 ‘배우고 익혀야 맛을 알게 되는 음식’이라는 표현도 붙어 있다. 그런 맛에 별로 익숙하지 않던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양냉면 인기가 확산했다. 미국에서 자라나 평양냉면 맛을 모르다 최근에 그 맛에 푹 빠졌다는 가수 존 박은 ‘냉면꼰대 존박이 추천하는 인생 냉면 맛집’이라는 영상을 찍어 올리고는 “자극 없는 슴슴함에 가득 취해보세요”라고 권한다. 평양냉면 맛집을 찾아다니며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평뽕족’(마약처럼 평양냉면에 중독된 사람들), ‘옥동자’( ‘옥’으로 끝나는 평양냉면집을 즐겨찾는 젊은이), ‘완냉족’(평양냉면 완전 정복) 같은 유행어도 등장했다.
▶인기가 높아진 바람에 냉면이 ‘누들플레이션’(누들·국수+인플레이션)을 주도하고 있다. 1만원대 중반에 팔리는 냉면 재료비는 많아야 3000~4000원대로 추산된다. 냉면집 주인들은 재료비, 인건비, 가스료, 전기료 등이 다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월 기준 서울의 냉면 값 평균은 1만692원으로, 자장면(6723원), 칼국수(8731원) 등 면류 중에 단연 비싸다.
▶‘시월 관서에 한 자 눈이 쌓이면 푹신한 담요에 이중 휘장 둘러쳐 손님을 잡아두고는 갓 모양 냄비에서 노루 고기 익히고 길게 뽑은 냉면 가락에 송채무침 곁들인다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시에도 냉면이 등장한다. 당시만 해도 메밀 껍질을 벗겨 가루로 만들고, 귀한 고기를 삶아서 만드는 냉면은 겨울철 별미요, 아무나 못 먹는 ‘반가의 음식’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정착하면서 여름철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아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 2018년 평양 옥류관 오찬에서 리선권 북한 조평통 위원장이 평양냉면 먹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을 향해 면박을 줬다. 한국서 냉면 먹을 때 그런 타박 줄 사람은 없지만, 치솟은 냉면 값 때문에 목구멍에 술술 넘어가기 힘든 음식이 되어간다. 단숨에 후루룩 먹다가는 사레 들릴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