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연지초등학교에서 열린 운동회에 참가한 5학년 학생들이 대형 풍선 넘기기 경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어릴 적 초등학교 운동회가 열리면 면 전체가 떠들썩했다. 지금은 전교생 60여 명인 소규모 학교지만 당시엔 학생 수가 1000명이 넘었다. 주민들까지 차려입고 참석해 넓은 운동장 외곽이 꽉 찼다. 문방구 아저씨도 피에로 가면을 쓰고 운동장 한쪽에 장난감을 늘어놓았다. 청군·백군으로 나뉘어 깃발을 흔들며 펼치는 응원전도 치열했다. 하이라이트인 달리기 계주를 시작하면 동네 사람들도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았다. 계주 선수로 뛰지 못하더라도 달리기에서 3등 안에 들면 손목에 찍어주는 도장을 자랑할 수 있었다.

/일러스트=박상훈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운동회가 한창이다. 그런데 운동회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운동회 대행 업체도 등장했다. 초등학교에 여교사들이 많아지면서 만국기, 천막을 설치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사들에겐 안전 관리가 최우선이다. 하나같이 귀하게 자라는 아이들이라 안전의 중요성이 과거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학생 수가 줄면서 전교생이 수십 명에 불과한 학교가 늘자 여러 학교가 모여 연합 운동회를 하는 것도 새로운 풍경 중 하나다. 학생 수가 적으면 큰 공 굴리기 같은 단체 체육 활동을 하기 어렵다.

▶15년 전 딸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운동회에 갔더니 딸아이가 울고 있었다. 운동회 청·백군 종합 점수에서 자기 팀이 졌다고 했다. 요즘은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지금은 청군·백군으로 나누지도 않지만 나눈다고 해도 따로 점수를 집계하지 않는다. 경쟁에서 이기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 최근 교육 목표이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자기가 청군인지, 백군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초등학교 운동회 풍경 중 가장 달라진 게 경쟁이 없어진 것이다. 순위를 정하는 달리기가 사라졌다. 달리기를 해도 같이 달리는 협력 달리기,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서 달리는 미션 달리기 등으로 순위가 드러나지 않게 만든다. ‘경쟁’은 다 금기 사항이다. 상품이 있으면 모두 같은 것을 주는 것이 기본이다. 전교조 영향과 학부모들 요구가 합쳐졌다고 한다.

▶운동(스포츠)은 경쟁이 본질이다. 경쟁이 없으면 스포츠가 아니다. 선진국들은 학생 스포츠를 통해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이겼을 때 겸허해하며, 졌을 때도 신사답게 승복하는 법을 가르친다. 경쟁은 힘들고 경쟁하지 않으면 편하다. 그러나 어느 쪽이 발전할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세상은 경쟁이 치열한 무대다. 결국 세상이란 무대에 나갈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