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양진경

폴란드 출신의 좌파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는 ‘내 조국은 프롤레타리아’라고 했다. 선동적인 연설문을 잘 써서 좌파의 두뇌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작 사생활에선 부르주아를 꿈꿨다. 동료 요기헤스에게 보낸 구애 편지에 이렇게 썼다. ‘우리 방을 장식할 예쁜 장신구들을 샀어요, 내 사랑이여. (중략) 이렇게 모험적인 삶을 시도하기보다 당신과 함께 스위스 어딘가에서 살았어야 했는데.’ 사상적 지향과 물질적 풍요 사이에서 방황한 좌파 혁명가의 모순된 내면 고백이었다.

▶좌파의 ‘이념 따로 생활 따로’ 행태를 미국에선 ‘리무진 좌파’라고 한다. 1960년대 리무진 타고 다니며 선거운동 하던 좌파에서 비롯된 말이다. 노엄 촘스키 MIT 명예교수가 대표적이다. 촘스키 교수는 언어학자이지만 명성을 누리는 분야는 진보적 관점에서 해온 미국 사회 비판이다. 그런데 ‘말 따로 행동 따로’다. 미 국방부를 ‘인류 역사상 최고의 악(惡)’이라 비난한 뒤 국방부가 발주한 수백만 달러 연구 계약을 따냈다. 미국 기업을 독재자라 하면서 그런 회사 주식에 투자해 빈축을 산 적도 있다.

▶최근 새 추문이 더해졌다. 아동 성범죄로 복역하다가 2019년 옥사한 억만장자 금융가 제프리 엡스타인과 여러 해 교류하면서 거액의 금융 이체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엡스타인 생전에 그의 전용기를 애용했고 그가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저택에서 만찬을 즐긴 사실도 있다. 엡스타인의 성범죄가 공개된 후에도 그와 교류를 지속했다고 한다.

▶미국 진보 진영조차 이런 촘스키에게 등 돌린 지 오래다. 극단적인 좌파 정치 성향도 배척당하고 있다. 촘스키는 적화통일된 베트남을 도덕적 체제라 치켜세웠고, 킬링필드 학살극을 자행한 캄보디아 크메르 루즈 정권을 “휴머니즘에 입각해 사회혁명을 이뤘다”고 해 좌파 동료들조차 당혹스럽게 했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지낸 진보 법학자 앨런 더쇼비츠는 그를 “사실을 조작해 온 협잡꾼”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 좌파들 사이에선 여전히 ‘세계적 석학’이고 ‘시대의 양심’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종전선언을 지지했고, 지난달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을 두고도 “한국이 미국의 신냉전에 동참하면 한반도 평화가 위험해진다”고 했으니 그럴 것이다. 내로남불 행태도 닮았다. 남의 자식은 가지 말라 하고선 자기 자식은 외고 보낸 게 한국의 강남 좌파 행태다. “돈 없어 라면만 먹었다”며 가난을 팔던 한 국회의원은 수십 억대 코인을 보유한 게 들통났다. 좌파의 내로남불은 DNA에 들어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