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하경

지뢰는 ‘인간이 만든 가장 비열한 무기’라고 한다. 전쟁 후에도 오래도록 군인·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피해를 준다.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대량으로 공중 살포한 나비 지뢰는 지뢰 중에서도 최악으로 꼽힌다. 나비 모양이라 장난감처럼 보여 어린이 피해자가 대거 발생했다. 아이들을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어 상대국 사기를 꺾는 심리전 무기라니 인간 잔혹함의 끝은 어디인지 묻게 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이 나비 지뢰를 사용하고 있다며 관련 사진도 공개했다. 나비 지뢰만이 아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철수하면서 유치원 운동장, 어린이 놀이터에도 지뢰를 묻어 놓았다고 한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우크라이나 아동보호센터를 찾았을 때 한 어린이는 김건희 여사 손등에 강아지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언뜻 평범한 그림으로 보이지만 이 강아지는 ‘파트론’이라고 하는 지뢰 탐지 강아지였다. 아이들은 이 강아지 없이는 함부로 돌아다니지도 못한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아이들에게 전쟁의 공포는 일상이 된 지 오래라고 한다. 지난 6월까지 공식 집계로만 어린이 532명이 사망하고 1092명이 크게 다쳤다. 무차별 폭격으로 전쟁 의지 꺾기는 러시아의 기본 전술이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3월 마리우폴의 극장을 폭격했다. 극장에는 어린이와 여성 등 800여 명이 대피해 있었고 극장 양쪽에 흰색으로 ‘어린이’라고 써 놓았지만 소용없었다. 이 폭격으로 극장은 내려앉았고 어린이를 포함해 수백 명이 사망했다.

▶전쟁에 따른 어린이 사망·외상도 문제지만 보이지 않는 어린 마음의 상처는 광범위하고 심각할 것이다. 동부 출신 여자아이 아피나(9)는 집 근처에서 놀다가 러시아 탱크를 보고 공포에 질려 도망쳤다. 그 후 아피나는 미친 듯이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아피나는 어린 나이에도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당뇨병 판정을 받고 하루에 7번 혈당을 재야 한다. 러시아군이 점령지 우크라이나 아이들 약 2만명을 러시아 본토로 끌고 갔다는 보도도 있었다. 우크라이나 아이들 피해 사례는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해 부활절 연설에서 “숨바꼭질 술래 대신 폭탄을 피해 숨어야 하고, 놀이터를 뛰어다니는 대신 총알을 피해 방공호로 달려가야 하고, 여름휴가가 아닌 피란으로 집을 떠나야 하는, 이 잔인한 놀이를 강요당한 아이들 삶”이라며 “우리 아이들을 돌봐달라”고 호소했다. 이 ‘잔인한 놀이’가 언제 멈출지 기약도 없다는 것이 절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