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는 매년 8월 초 공식 석상에서 동시에 사라진다. 그리고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 떨어진 휴양지 베이다이허 별장촌에 모인다. 피서 목적이라고 하지만 주요 인사, 정책이 이곳에서 정해진다.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 승계 등이 여기서 결정됐다. 투표도 없고 총칼을 휘두르지도 않는데 정권이 교체되는 배경에 베이다이허 별장이 있다.
▶권력자의 별장은 외교 무대가 되기도 한다. 시진핑 주석이 2018년 인도 모디 총리를 후베이성의 옛 마오쩌둥 별장에 초대하자, 곧이어 일본 아베 총리도 야마나시현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서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일본 방문 후 “나카소네 총리 별장에 묵으며 일본 옷 입고 차 대접받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영국은 버킹엄셔 총리 별장에서, 프랑스는 지중해 연안 대통령 별장 브레강송 요새에서 정상회담을 자주 연다.
▶우리 대통령 별장은 충북 청주에 청남대, 경남 거제에 청해대가 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청남대에서 스케이트,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낚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전거 타기를 즐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고 금융실명제 같은 굵직한 정책을 발표해 ‘청남대 구상’이란 말이 나왔다. 청해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로 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 첫해 이곳을 찾아 ‘추억 속의 저도’란 글을 남겼다.
▶미국 대통령 별장은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다.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이곳에 초청해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한다. 3국 정상이 함께 캠프 데이비드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대통령 중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처음 방문했다. 골프 카트 운전대를 잡고 부시 전 대통령을 조수석에 태워 캠프를 돌았다.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는 부시 전 대통령과 캐치 볼을 했다.
▶캠프 데이비드는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역사적 현장이다. 1943년 영국의 처칠 총리가 방문해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토대를 잡았다. 1959년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흐루쇼프 공산당 서기장 간 회담이 열렸고, 1978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이곳에서 오랜 적대 관계를 끝내는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체결했다. 쿠바 위기 때 케네디 전 대통령, 이라크 전쟁 때 부시 전 대통령이 이곳에 머물며 상황을 진두지휘했다. 한미일 3국도 이번 회담에서 공동 번영을 위한 역사적 기틀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