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레드백 스파이더(Redback Spider)는 검은과부거미(블랙 위도·Black Widow)의 일종이다. 과부거미는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특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호주에만 서식하는 레드백은 방울뱀보다 더 강력한 맹독을 지니고 있다. 치명적이고 위협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8년 호주의 보병전투장갑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장갑차에 ‘레드백’이란 이름을 붙였다. 경쟁 상대는 독일·미국·영국의 글로벌 방산업체들이었고, 독일 라인메탈은 이미 시제품도 있었다. 한화는 모조품을 갖고 참가했다. “중국 기업이냐”는 질문도 받았다. 그러나 결국 이름에 걸맞은 치명적 위력을 드러냈다.

▶독일은 이 분야 세계 최고였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 티거(Tiger) 탱크는 압도적 방탄력과 명중률, 속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냉전 시대에도 전차군단 명성은 여전했다. 이 명성을 이어받은 기업이 ‘라인메탈’이다. ‘넘사벽’으로 통한다. 그런데 독일은 소련 붕괴 이후 군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예산 감소와 훈련 부족으로 ‘녹슨 군대’가 돼 버렸다. 독일 주력 전투기 128대 중 실전 투입 가능한 것은 4대뿐이라고 한다. 전차와 보병전투차량도 5대 중 1대만 정상 가동될 정도다. 라인메탈도 원천 기술력은 뛰어났지만 실전에서 요구되는 세부 기능과 응용 능력이 떨어졌다.

▶한화 레드백은 호주의 까다로운 요구를 모두 맞춰주는 전략으로 추격했다. 헬멧을 쓰면 가상현실처럼 전후좌우를 볼 수 있는 ‘아이언 비전’, 적 장갑차와 미사일을 탐지하는 에이사(AESA) 레이더와 최첨단 센서, 요격·공격 미사일과 회피 기동 능력까지 갖췄다. 포탄이나 지뢰가 터져도 화염·파편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장갑을 강화했다. 첨단 완충 장치와 특수 고무 궤도를 적용해 하중을 줄이고 내부 공간은 넓혔다. 승차감이 좋아 병사들 만족도가 컸다. 미국·영국을 제치고 독일마저 이겼다. 가격은 조금 높았지만 기능 평가에서 압도했다고 한다. 레드백은 루마니아 차기 보병전투차 사업에도 뛰어들었고, 폴란드 보병전투차 보완 사업의 협의 대상이기도 하다.

▶보통 수출용 무기는 자국 군 사용 무기보다 급이 떨어지게 만든다. 그런데 한국군 경우엔 수출용 무기가 더 좋다. 레드백이 대표적이다. 한국군 K-21 장갑차보다 방어력, 공격력, 기동력 모두 월등하다. 장갑차는 병사를 태우고 적진으로 들어가는데 방어력이 떨어지면 차 안에서 전멸할 수 있다. 우리 군도 뒤늦게 레드백 도입을 검토한다는데 처음부터 선택이 잘못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