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임파서블’ 무대는 태국의 유명 해변 관광지 카오락이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러 갔다가 쓰나미에 휩쓸린 가족의 탈출기를 그렸다. 행복을 꿈꾸며 떠난 여행이 처절한 생존 투쟁으로 바뀌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우리 재난 영화 ‘해운대’의 무대도 피서객이 몰리는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 일대였다. 많은 재난 영화가 휴양지와 관광지를 배경으로 택한다. 가장 행복한 시간에 닥친 불행이 재난의 난폭함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 속 장면만은 아니다. 실제로도 많은 재난이 휴양지에서 발생한다. ‘임파서블’은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일대에서 발생해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나미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지중해 관광지인 크레타 섬은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을 맡은 앤서니 퀸이 해변에서 춤추는 장면 덕에 더욱 유명해졌다. 2021년 섭씨 45도를 넘나드는 폭염과 함께 시작된 산불이 이 섬 곳곳에 번졌다. 관광객 수천 명은 짐도 제대로 못 챙기고 탈출했다. 다른 관광지에선 해안으로 대피하다가 불과 물 사이에 갇혀 사망한 이도 있다.
▶태평양 섬들도 재난 피해를 자주 겪는다. 지난 5월 괌을 찾은 관광객들이 시간당 50㎜씩 쏟아지는 폭우와 시속 240㎞를 넘는 강풍을 동반한 수퍼 태풍에 갇혔다. 커다란 야자수가 뿌리째 뽑히고 SUV처럼 덩치 큰 차량이 맥없이 뒤집혀 굴러가는 장면이 TV로 중계됐다. 한국인 관광객 3000명도 발이 묶였다. 먹을 물도 음식도 구하기 어려워지자 소셜미디어엔 “여행을 와서 전쟁을 겪었다”는 탄식이 돌았다.
▶하와이 제도에서 둘째로 큰 섬 마우이에서 시작된 산불이 ‘태평양의 지상 낙원’으로 불리던 곳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온통 잿빛으로 변한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때마침 불어온 태풍은 비보다 바람을 싣고 오면서 바로 옆 하와이 섬까지 불씨를 퍼뜨렸다. 주민과 관광객 포함,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재난을 지켜보면 자연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재난은 예고 없이 닥친다는 사실도 곱씹는다. 그러나 숭고한 인간애도 확인하게 된다. 지난 5월 괌 태풍 때 현재 주민과 관광객들은 물과 음식을 나누며 어려움을 함께 이겨냈다. 공항이 다시 열려서 한국행 비행기를 먼저 타게 된 이들은 “컵라면, 생수, 휴지가 좀 남았다. 다음번 귀국하는 분에게 드리고 싶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남겼다. 하와이 화재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막대하다. 하와이가 재난을 이겨내고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