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이 지나간 11일, 잼버리가 열렸던 새만금 야영지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잼버리 유치 후 배수로를 충분히 조성하지 않고 낮게 매립했기 때문에 진흙탕 잼버리가 됐다. / 연합뉴스
태풍 '카눈'이 전북을 지난 하루 뒤인 11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린 부안군 잼버리장 숙영지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2023.8.11/연합뉴스

새만금 잼버리 유치는 2017년 8월 16일 확정됐다. 그 석 달 뒤인 11월 23일, 전북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K 의원은 “원래 잼버리 목적은 공항 같은 거, SOC 사업 해결을 위해 유치했던 건데…”라며 질의했다. 전북도 기획조정실장은 “도로, 철도, 항만 등 국가예산으로 추진한다”고 했다. K 의원은 “100% 다 국비?”라고 물어 재확인했다. L 의원도 “(잼버리 유치는) 항만, 철도, 공항 명분을 위에다 주기 위해, 예산을 빼기 위해 아니겠습니까. 그거 굉장히 잘했다고 보는데…”라고 했다.

일러스트=이철원

▶13일 뒤인 12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새만금위원회가 개최됐다. 장관급 10명, 위촉직 민간위원 13명으로 구성되는 심의위원회다. 이 총리는 관광·레저용지인 잼버리 부지를 농업용지로 용도 변경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래야 농지기금을 활용해 매립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잼버리 부지를 행사 후엔 가축사료단지 등으로 활용하다가 (용도를 다시 바꿔) 매각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유치 후 개최까지 6년이나 있었는데 준비가 부족했던 건 매립이 2022년 12월에야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그제야 본격 시설 조성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 설명회에서 “매립 후 10년 이상 지나 나무가 자랄 정도로 안정화된 부지가 여럿 있었는데, 아직 메우지 않은 생갯벌을 개최지로 정했다”고 했다. 잼버리 사업비가 1171억원인데 부지 매립비는 1846억원 들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2022년 3월 세계스카우트연맹에 프레잼버리와 본 대회를 1년씩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코로나를 핑계로 댔지만 실은 준비 부족 때문이었다. 당시 기반 시설 공정률이 37%밖에 안 됐다. 정 의원은 잼버리를 명분으로 끌어간 SOC 예산이 무려 11조원이라고 주장했다. 새만금 국제공항 8000억원, 신항만 3조2000억원,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1조9000억원, 새만금 지역 간 연결도로 1조1000억원 등이다. 대부분 잼버리와는 관계없는 사업들이다.

▶새만금위원회가 열렸던 2017년 12월 6일, 새만금개발청은 잼버리 부지가 포함된 새만금 관광·레저 1지구에 PGA나 LPGA 같은 메이저급 골프대회를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리조트 등 숙박시설과 조정경기장, 승마장 등도 조성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한쪽에선 용도를 관광·레저용지에서 농업용지로 바꾸고, 한쪽에선 레저 시설을 짓겠다고 홍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