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에 나오는 악당 캐릭터를 빌런(villain)이라 한다. 국제 스포츠 무대에선 북한이 빌런이다. 그 빌런의 역사가 북의 올림픽 첫 출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2년 뮌헨 대회 50m 소총에서 북에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리호준은 소감을 묻자 “미제의 심장을 보고 쐈다”고 했다. 세계 스포츠계가 충격을 받았다.
▶스포츠 경기에서 흥분해 폭력 사태가 일어나는 경우는 있지만 북한 경우는 상습적이다. 폭력을 저질러도 내부적으로 문제가 되지도 않는 것 같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북한 축구팀은 준결승전에서 패하자 심판을 집단 폭행했다. 심판 머리에 피가 낭자했다. 방콕 대회에선 북한 남자 농구선수가 심판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려 흔드는 장면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북한 스포츠의 폭력성은 평양에서 극대화된다. 외국 팀에 진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승부에 폭력도 이용한다. 2011년 평양에서 북한과 겨룬 일본 축구대표팀은 경찰 감시 등 주위를 둘러싼 공포 분위기에 질려 혼자 자는 것도 겁난다며 조를 짜 객실을 함께 썼다. 경기에 나선 일본 선수들은 거친 태클을 당하며 다치지 않는 데 급급했다. 2019년 평양 원정 경기를 무관중 무중계로 치르고 돌아온 손흥민도 “안 다치고 온 것만으로 큰 수확”이라고 했다. 우리 선수들은 북한 경찰 3개 조가 30m 간격으로 배치된 숙소에 사실상 격리됐다. 가져간 고기는 빼앗겼고 김과 김치만 먹었다. 북한 관중의 폭력성도 선수 못지않다. 2006년 월드컵 예선 평양 경기에서 북한이 이란에 패배하자 평양 관중 수만 명이 이란 선수들을 경기장 밖에 못 나가 게 1시간이나 막아섰다. 이란 선수단은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남북 대결을 중계하던 북한 방송이 우리 팀을 ‘괴뢰’라고 표기했다. 중계까지 폭력적이다. 남자 축구 8강전에서 진 북한 선수가 일본 스태프를 주먹으로 위협했다. 일본 신문은 ‘북한 선수단의 주요 타깃은 한국과 일본’이라고 했다.
▶코로나로 국제무대에서 사라졌던 북한 스포츠가 돌아오며 그들의 폭력적 행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더 심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한말 일본인이 한반도를 정탐하고 쓴 ‘조선잡기’는 조선을 ‘우물 안 개구리’라고 했다. 지금 북은 그 조선 시대 폐쇄성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런 북에서 스포츠가 김씨 왕조를 찬양하는 수단이 됐다. 패배를 인정할 수 없는데 실력이 따라주지 않으니 결국 남는 것은 폭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