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양진경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의 고위급 지도자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하마스를 대표해 외국 언론에 자주 나오는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며칠 전 알 자지라 TV와 인터뷰했다. “우리는 레바논 헤즈볼라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우리 형제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했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부끄러운 모습에 낙담했다”고 했다. 또 많은 외국인으로부터 일부 자치정부 인사들과 아랍 국가들이 비밀리에 서방에 “하마스를 제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간의 전면전을 유도하려고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전면전의 조짐은 거의 없다. 레바논 헤즈볼라는 물론 이란 혁명수비대, 시리아 시아파 정권, 이라크 민병대 등 이스라엘에 맞서는 ‘저항의 축’이 말은 강하게 하는데 정작 행동은 별로 하지 않고 있다. 거기에 더해 일부 아랍국이 이번 기회에 하마스를 제거하려고 서방의 등을 떠밀고 있다는 것이다. 놀라운 얘기다. 사실이면 하마스가 같은 편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는 뜻이다.

▶팔레스타인의 양대 세력인 하마스와 자치정부의 내분은 뿌리 깊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공존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아예 ‘하마스 헌장’에 이스라엘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명기했다. 자치정부는 다르다. 이스라엘과 평화 협상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독립국가를 건설한다고 주장한다. 2006년 총선, 2007년 내전을 거치면서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서안지구는 자치정부가 통치하면서 갈등을 반복해왔다.

▶서안지구에서 자치정부도 인기가 없지만, 하마스에 대한 가자지구 주민들의 지지도 예전 같지 않다. 지난 8월 생필품,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는 이 지역 주민들이 하마스 규탄 시위에 나서자 하마스가 강제 진압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하마스 고위층의 족벌주의, 부패가 심하다”고 했다. 최근 가자지구 일부 주민들이 하마스의 극단주의에 반발, 하마스 지휘부의 은신처 등을 알려주며 이스라엘군에게 협조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확전 여부를 쥔 이란도 고심 중이라고 한다. 이란은 핵 개발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데다 작년부터 여성 인권 탄압 문제가 커지면서 내부 사정이 좋지 않다. 엑스포 유치에 전력투구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면서도 행동에는 선을 긋고 있다. 내일이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한 달을 맞는다. 이스라엘의 가차 없는 반격에 대한 국제사회 여론과 중동 국가들의 동상이몽이 사태의 흐름을 결정지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