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대로만 몰리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직업별 인공지능(AI) 노출 지수를 근거로 AI로 대체되기 쉬운 직업을 분석한 결과, 의사가 상위 1%의 위험 직업으로 꼽혔다. 의료계에선 의사의 AI 대체 가능성이 가장 높았고 수의사, 간호사, 치과 의사, 약사는 상대적으로 AI로 대체되기 어려운 직업이었다. 같은 의료 직종 안에서도 머리뿐 아니라 손까지 많이 써야 하는 직업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다.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전 세계 일자리의 18%가 생성형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고급 두뇌인 과학자도 예외가 아니다. 구글이 만든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는 1년 만에 지구 생명체 100만 종이 만들어 내는 2억 개의 단백질 3D 구조를 분석, 전 세계 생명공학자들의 수십 년 치 일감을 없애버렸다. 종전엔 1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데 수개월, 10만 달러 이상 비용이 들었다.
▶구글의 날씨 예측 AI 모델 ‘그래프 캐스트’는 전 세계 기상예보관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딥러닝 기술로 수십 년간의 날씨 패턴을 학습한 그래프 캐스트는 해당 지역 현재 날씨와 6시간 전의 날씨 정보만 입력하면 1분 안에 향후 열흘 치 날씨 예보를 보여준다. 현재 날씨 예보 정확도가 가장 높다는 유럽기상예보센터(ECMWE)와 승부를 겨룬 결과, 99.7% 승률로 AI가 이겼다.
▶인공지능의 일자리 위협을 조명한 ‘로봇의 지배’의 저자 마틴 포드는 AI로부터 안전한 직업으로 배관공·전기공 같은 숙련공을 꼽는다. 하지만 테슬라가 개발 중인 사람 손 기능이 탑재된 로봇 ‘옵티머스’가 나오면 숙련공도 안전지대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로봇이 등장하면 공장, 음식점, 수퍼마켓 등의 육체노동 일자리도 인공지능 로봇에 뺏길 것이다.
▶의사들은 IBM의 의료용 AI 왓슨의 실패 사례를 들어 의사가 AI에 일자리를 뺏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왓슨은 나라마다 다른 임상 데이터를 제대로 학습하지 못해 오진이 잦았다. 국내 한 의료 AI 기업이 스웨덴의 유방암 환자 5만 명의 정보를 뽑아 ‘전문의 2명’, ‘AI+전문의’, ‘AI 단독’으로 나눠 유방암 진단 정확도를 비교했더니, ‘AI+전문의’ 조합의 정확도가 가장 높았다. AI의 데이터 분석 기술과 사람의 판단 능력이 결합할 때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다소 위안을 주는 결과지만 AI는 몇 달, 몇 년 뒤엔 또 다른 차원으로 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