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지난해 7월 이른 아침 테러 단체 알 카에다의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아프가니스탄의 은신처 발코니에 잠시 나왔을 때였다. 갑자기 상공에서 나타난 미군 드론에서 발사된 ‘닌자 미사일’ 헬파이어에서 6개의 칼날이 펼쳐지며 그를 덮쳤다. 알자와히리는 즉사했다. 그의 가족들이 같은 건물에 있었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드론 대 드론의 전쟁’으로 불린다. 양측 모두 드론을 주요 무기로 사용, 우크라이나 상공엔 매일 수 백대의 정찰·공격용 드론이 날아다닌다.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가 “매달 1만대 가량의 드론이 쓰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우크라이나군은 약 500달러, 50㎝ 크기의 ‘가미카제’ 드론을 많이 쓴다. 러시아는 작전 반경 약 2000㎞의 이란산 자폭용 무인기 샤헤드-136 드론을 주로 활용한다. 양측 모두 적군 탱크가 움직이면 5분 내에 드론을 띄운 후, 3분 내에 공격한다고 한다. “기갑부대가 질주하던 전쟁은 끝났다”는 평이 나온다.

▶중견 국가 중에서 ‘드론 시대’를 가장 잘 예측한 나라로는 단연 튀르키예가 꼽힌다. 튀르키예는 이스탄불대서 전자통신공학을 전공한 바이락타르가 20대부터 개발한 무인기를 2014년 실전 배치했다. 최근 개발에 성공한 스텔스 무인전투기 ‘크즐레마’는 터보 제트엔진을 장착, 공대공 전투까지 가능하다. EU 시민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증, 러시아군이 쩔쩔매는 무인기 ‘바이락타르 TB2′도 튀르키예가 만든 것이다.

▶미국의 드론 기술은 퀀텀점프를 하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호크, 프레데터에 이어 지난 9월 AI를 탑재한 무인 전투기 ‘XQ-58A 발키리’의 시험 비행 성공을 선언했다. 항속거리가 약 4000㎞인데, 제작비는 300만 달러에 불과한 것이 장점. 발키리는 유인기 F-35, F-22 와 한 팀이 되어 활동하다가 적진에 먼저 들어가 정찰하며 자체적으로 레이더망 파괴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인질 석방 협상에서 ‘가자지구 상공에 감시 드론 띄우기 중단’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드론을 통해 하마스의 움직임을 일거수일투족 파악, 공격해대니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은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9·19 군사 합의로 군사분계선 기준 서부 10㎞, 동부 15㎞까지 우리 군은 무인기도 띄울 수 없다.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북측도 “드론만 제발 띄우지 말아 달라”고 매달렸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