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양진경

강력 범죄가 횡행하는 중남미 국가 에콰도르에서 35세 대통령이 탄생했다. 23일 취임한 다니엘 노보아 신임 대통령은 1987년생으로 이 나라 첫 30대 대통령이다. 그와 맞섰던 후보도 45세다. 에콰도르 대선이 3040 대결로 펼쳐진 배경엔 이 나라 국민의 절박한 변화 욕구가 있었다. 에콰도르는 인구 10만명당 살인 범죄 희생자가 25명으로 중남미에서 치안이 가장 나쁜 나라다. 올 상반기에만 3500명이 살해당했다. 지난 8월엔 유력 대선 후보마저 목숨을 잃었다. 안전을 공약으로 내건 역대 모든 대통령이 무능과 부패만 드러내고 치안 확보에 실패하자 “이번엔 젊은이에게 맡겨보자”며 투표장에 간 것이다.

▶40대 국가수반은 국제적으로 낯선 풍경이 아니다.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40대에 정상에 올랐다. 30대 집권자도 드물지 않다. 1985년생인 산나 마린은 2019년 34세로 핀란드 총리가 됐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대선에 승리했을 때 39세였다. 오스트리아 제바스티안 쿠르츠는 2017년 집권 당시 31세였다.

▶이들 나라 정치에서 젊음은 변화의 동의어다. 마린은 집권 당시 “성 평등이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며 국무위원 19명 중 12명을 여성에게 할당했다. 37세에 뉴질랜드 총리가 된 저신다 아던은 2009년 이후 출생자에게는 담배를 팔지 못하게 하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금연법을 관철했다. 42세에 집권한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식민지 출신 유색인으로 영국을 사랑하는 애국자’라는 새 정치인상을 제시했다.

▶젊은 정치인의 등장을 돕는 제도적 장치도 발달해 있다. 핀란드 청소년기본법은 ‘청소년에게 지역사회의 단체 및 정책을 다루는 일에 참여할 기회를 반드시 줘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영국 보수당이 운영하는 청년 정치 조직 ‘영 컨서버티브(젊은 보수)’에는 25세 이하 청년 15만명이 활동한다. 소셜미디어 등 IT 환경은 젊은 정치 지망생이 돈과 조직력의 약세를 극복할 수 있게 해 줬다.

▶지난 반세기 세계 각국 정상의 나이는 지속적으로 젊어져 왔다. 유럽연합(EU) 27국 정상의 평균 연령은 1960년대 64세에서 2010년 58세로 내려갔다. 프랑스는 18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대선에 나갈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50대 장관이 ‘어린X’ 소리를 듣는다. 또 다른 젊은 정치인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소리를 듣는다. 30대 대통령과 총리가 변화를 주도하는 바깥세상과는 너무도 다른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