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개는 인류의 오랜 동반자다. 함께한 역사가 4만년 전 수렵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다만, 거의 모든 곳에서 개는 식용이기도 했다. 선사시대 유적마다 개 요리 흔적이 발견된다. 스위스는 100~200년 전까지 개를 먹었고, 프랑스도 19세기 보불전쟁으로 식량이 부족해지자 개를 먹었다.

▶세계에서 개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중국이다. ‘향이 나는 고기’라는 뜻의 향육(香肉)이라 부르며 연간 2000만 마리를 식탁에 올린다. 북한에서 개는 가축이다. 대부분 개는 이름도 없다. 중국과 북한에선 개 부위별 다양한 요리법이 개발돼 있고 통조림도 만든다. 1970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가 방북했을 때 김일성이 환영 파티에서 내놓은 것도 다양하게 요리한 개고기였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 개는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다산 정약용은 흑산도에 유배 간 형 정약전에게 개고기 요리법을 편지로 적어 보내며 건강을 위해 먹으라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오장을 편하고 튼튼하게 해주며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해 정력에도 좋다’고 소개돼 있다. 1990년대 말까지 연간 10만t 정도 먹었다. 말복이 지나야 개가 한 시름 놓는다는 우스개도 돌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개 식용이 빠르게 퇴조하고 있다. 프랑스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 같은 이가 비판해서만은 아니다. 개에 대한 우리 인식이 바뀐 것이 더 크다. 88 올림픽을 계기로 정부가 대대적인 개 식용 중단 캠페인을 벌였을 때만 해도 한국인은 사철탕, 영양탕으로 간판을 바꿔 걸고라도 보신탕을 먹었다. 그런데 1998년 6400여 곳이던 식용견 업소가 재작년 조사에선 1600곳으로 급감했다. 2006년만 해도 ‘개고기 식용 문화를 없앨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86%였는데, 지난해 조사에선 ‘지난 1년간 개고기를 입에 안 댔고 앞으로도 먹지 않겠다’는 응답이 95%였다. 우리에게 개는 더 이상 식용이 아닌 것이다.

▶식용 개 사육과 도축, 유통을 금지하는 법이 어제 국회를 통과했다.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많아지고, 애완견이란 표현도 쓰기 싫다며 개를 인간과 희로애락을 함께한다는 뜻의 반려견으로 부르는 세태를 법이 반영한 것이다. BBC와 CNN 등 외신이 일제히 브레이킹 뉴스로 관련 소식을 타전했을 만큼 국제사회도 주목했다. K팝과 한류 드라마, 첨단 반도체 생산국이란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나라가 이제는 오랜 가난의 흔적인 개 식용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법 통과로 생계가 막막해진 이들에 관한 대책도 세웠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