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에 과기정통부가 새해 달력 제작의 기준이 되는 ‘2021년 월력요항’을 발표했다. 그러자 온라인에서 “공휴일 가뭄” “달력 보기가 싫다”며 난리가 났다. 2021년에는 현충일·광복절·개천절이 일요일, 한글날·성탄절이 토요일이었기 때문이다.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9.1%가 “임시 공휴일 지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정부는 설과 추석 연휴, 어린이날만 적용하던 대체 공휴일 제도를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으로 여론을 달랬다.
▶1879년에 미국 의회가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탄생일인 2월 22일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했다. 생일이 공휴일인데도 1968년 미국 의회가 제정한 ‘월요일 공휴일법’에 따라 2월 셋째주 월요일로 바뀌었다. 당시 미 의회는 근로자들의 휴식도 보장하고 관광·여가 문화도 촉진하려고 월요일을 휴일로 지정하는 법을 만들었다. 1971년부터 발효된 이 법에 따라 워싱턴 탄생일은 2월 셋째주 월요일, 현충일은 5월 마지막 주 월요일, 콜럼버스 데이는 10월 둘째 주 월요일로 바뀌었다. ‘재향 군인의 날’도 10월 넷째 주 월요일로 바뀌었는데 이것은 반발이 있어 1차 대전 종전 기념일인 11월 11일 본래 날짜로 되돌아갔다.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도 날짜 지정 공휴일과 요일제 공휴일이 다 있다. 영국 근로자의 날(5월 1일) 휴무는 5월 첫째주 월요일이다. 날짜 지정 공휴일만 있던 일본도 20여 년 전 미국 법을 참조해서 ‘해피 먼데이’ 제도를 만들었다. 1월 15일이던 성인의 날은 1월 둘째 월요일로, 7월 20일이던 바다의 날은 7월 셋째 월요일로, 9월 15일이던 경로의 날은 9월 셋째 월요일로, 10월 10일이던 스포츠의 날은 10월 둘째 월요일로 바꿔 국민에게 토-일-월 연휴를 보장했다.
▶2011년 이명박 대통령 때 내수 활성화를 위해 일부 법정 공휴일을 요일 지정제로 바꾸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런데 관련 단체의 항의가 컸다. 대신 1959년에 도입했다가 폐지, 재도입을 반복한 대체 공휴일제가 부활됐다. 21대 국회에서는 어린이날을 5월 첫째 월요일로, 현충일을 6월 첫째 월요일로 지정하자는 ‘요일 지정제’ 도입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는 못했다.
▶정부가 경제 활력을 위해 요일제 공휴일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공휴일 제도도 들쑥날쑥이었다. 3·1절이나 8·15처럼 날짜 자체가 중요한 기념일이 아니라면 요일 지정제를 도입해서 주중의 업무 단절도 최소화하고 연휴를 보장하는 것이 여러모로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