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중국 푸젠성에서 어느 사업가 아들의 초호화 결혼식이 열렸다. 식장 천장은 황금 용으로 꾸며졌고, 킹크랩·불도장 등 고급 식재료가 총동원됐다. 389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3년 전 중국 후베이성에선 신부가 양쪽 손목과 목에 금팔찌 60개를 차고 나왔다. 금 무게만 6㎏에 달했다. 6년 전 중국 정부가 호화 결혼을 단속하겠다고 했지만 호화 결혼식은 여전하다.
▶2015년 호주의 어느 젊은 정치인은 500명가량의 하객이 몰린 결혼식 피로연을 열어 논란이 됐다. 헬기 4대와 수상 비행기가 등장했고, 수억원대 수퍼카와 고급 오토바이들이 인근 도로를 메우면서 주변 교통이 마비됐다. 이 정치인은 부동산 부자로 알려졌는데, 화가 난 지역 주민들은 해임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정도의 호화 결혼식도 인도에선 명함도 못 내민다.
▶2012년 인도 부자 프라모드 미탈은 딸 결혼식에 985억원을 썼다. 스페인에서 3일간 열린 결혼식엔 유명 셰프와 집사 등 200명이 동원됐다. 주문 제작한 6단 웨딩 케이크 무게만 60㎏이 나갔다. 그런데 초호화 결혼식을 한 이유가 어처구니없다. 인도 철강 회사 회장인 자신의 형이 딸 결혼식에 720억원을 쓰자 “형에게 지기 싫다”면서 돈을 더 썼다는 것이다. 프라모드는 8년 뒤 보증을 잘못 섰다가 영국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세계 9위이자 아시아 최고 부자인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 막내아들 결혼식이 최근 시작됐다. 사흘간 열리는 결혼식엔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초청됐다. 암바니 가문은 전세기를 100대 이상 빌리는 등 이번 결혼식에 약 8272억원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6년 전 딸 결혼식에 1128억원을 쓰더니 7배 가까이 규모를 키웠다. 인도 유력 가문들 사이엔 초호화 결혼식 경쟁 심리까지 있다고 한다. 앞으로 조(兆) 규모 결혼식도 나올 듯하다.
▶이 결혼식엔 메타 CEO인 마크 저커버그도 초대됐다. 그런데 정작 그는 2012년 결혼식을 집 뒤뜰에서 열었다. 다이아몬드 대신 자기가 디자인한 소박한 루비 반지를 신부 손가락에 끼워줬다. 초청받은 하객 90여 명은 그의 집 뒤뜰로 안내받고서야 결혼식 하객임을 알았다. 피로연엔 근처 식당 음식이 나왔다. 그 조촐함이 호화 결혼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울림을 줬다. 저커버그의 눈에 인도식 초호화 결혼식이 어떻게 비쳤을지 궁금하다.